우울증도 국가가 관리한다? 인권 침해 논란

입력 2012-02-20 18:00
[쿠키 건강]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의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항목이 건강검진에 도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건강검진 도입이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항목을 건강보험 정기건강검진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들 중 15.3% 만이 정신과전문의, 타과 의사, 기타 정신건강전문가에게 정신건강문제를 의논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6년 의료서비스이용률이 11.4%였던 것에 비하면 뚜렷하게 이용률이 증가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각 정신질환별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을 보면, 정신병적 장애가 25%, 기분장애가 37.7%, 불안장애가 25.1%, 알코올 사용장애가 8.6%로, 2006년에 비해서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들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를 방문해 상담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다”며 “내년부터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건강 여부를 항목에 넣어 특정연령을 선택해 검진결과를 우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중앙사업지원단 내에 소아 청소년, 청장년층, 노년층 등의 팀을 세분화해 TF팀를 꾸리고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소 등과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롭게 인프라를 확장해 상담소를 신설하기 보다는 행안부나 교과부의 기존 정신상담 관련 센터와 협의해 기존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신건강 항목이 건강검진에 추가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취업준비생인 김 모(26)씨는 “무작정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건강 여부를 추가하게 될 경우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지 않냐”며 “만약 우울증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판명되면 사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정신병자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최 모(34)씨는 “우울증 치료를 받아도 정신병력기록에 남는 세상인데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단순히 정신건강 문제를 검진 시스템에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라고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건강검진 항목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확진 판정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 위험 여부에 대한 척도가 점수로 환산돼 나올 것”이라며 “이는 질환 판정 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정신건강 상담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