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사람일수록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 취약

입력 2012-02-19 12:11

비만한 사람, 몸에 유기염소계 농약 쌓이면 말초동맥질환 발생위험 최고 2.5배 높아져

[쿠키 건강] 비만한 사람의 몸속에 유기염소계 농약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말초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최고 2.5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 연구 결과는 유기염소계 농약과 말초동맥질환의 연관성에 비만이 영향을 미친다는 첫 연구보고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교실 민경복 교수(사진) 연구팀이 미국 피츠버그의과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40세 이상 성인 2032명을 대상으로 혈액의 유기염소계 농약 농도를 측정해 말초동맥질환 발생 위험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에서 유기염소계 농약의 농도가 진할수록 말초동맥질환의 발생위험이 올라갔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사람은 혈액 내 유기염소계 농약 농도가 1단위 높아지면 말초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최고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질량 지수 25 이상의 비만한 집단과 정상 집단을 구분해 유기염소계 농약 5종(p,p-DDE, trans-nonachlor, oxychlordane, dieldrin, and beta-HCH)을 측정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한 집단에서만 혈중 유기염소계 농약의 농도가 1단위 높아지면 말초동맥질환의 발생 위험이 1.5~2.5배 증가했고, 체질량 지수 25 미만의 집단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비만한 사람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위험에 더 취약하다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기염소계 농약은 가격이 저렴하고 살충효과가 강력해 일반적으로 살충제나 제초제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한 때 널리 사용된 바 있다. 현재 유기염소계 농약이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물의 몸속에 잔류하는 특성이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유기염소계 농약이 사용중이다.

현재까지 유기염소계 농약이 어떤 기전으로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는지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체내에 축적된 유기염소계 농약이 간 효소작용을 억제해 저밀도 지단백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거나 산화 손상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혈관내막세포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경복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기염소계 농약의 농도가 진할수록 말초동맥질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유기염소계 농약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음식물에 대해 체내 축적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 위험에 더 취약할 수 있으니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혈관질환 계통의 권위학술지인 ‘동맥경화(Atherosclerosis)’ 최근호에 발표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