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정책목표 10개중 8개 실패, 정책목표 전환 필요

입력 2012-02-16 09:01
[쿠키 건강]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고 건강보험재정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약제비 절감을 위해 추진된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성상철) 주최로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약분업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약분업의 역사와 평가’ 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 정책목표를 세부 목표별로 나눠 평가한 결과 세부목표 10개 중 성공한 항목은 의약품 오남용 중 ‘임의조제 근절 여부’ 1개 항목이고, 나머지 8개 항목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약품 오남용 정책목표의 ‘주사제 사용 감소 여부’는 분업대상 제외 항목으로 의약분업과 무관해 평가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약제비 절감, 국민부담 증가 등 정책목료 실패

이번 발표에 따르면 의약분업 세부정책 중 그나마 성과를 거둔 것은 임의조제 근절이며 나머지 세부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 평가를 위해 이규식 교수는 의약분업의 정책목표를 크게 ‘의약품 오남용’, ‘약제비절감’, ‘알권리 및 의약서비스 향상’, ‘제약산업 발전 유통구조’ 등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른 의약분업 세부 정책목표로 ▲임의조제 근절 여부 ▲항생제 사용 감소 ▲주사제 사용감소 여부 ▲전체 약 사용량 감소 여부 ▲약제비 절감 ▲국민 부담증가 여부 ▲처방전 효과(발급 상황) ▲복약지도의 효과 ▲실거래가상환제의 제약산업 발전 기여 여부 ▲의약품 유통정상화(의약품도매상) 여부 등으로 나눠 평가를 실시했다.(표 참조)



이 교수는 “의약분업이 거둔 효과는 논쟁중인데 반해 의약분업으로 인한 부작용은 다양하다”며 “국민들에게 큰 부담과 불편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이규식 교수는 2001년 건강보험재정 증가로 인한 국민부담을 가중시켰으며, 대형 문전약국의 성행과 동네약국의 몰락으로 인해 약국의 양극화 현상으로 진보정권의 형평 이념과 배치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전약국에서는 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대형 문전약국이 도매상 허가까지 받아 유통마진을 획득하는 문제가 있었다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의약분업 이전인 1999년 942개였던 것이 2000년 1046개, 2009년 2424개로 10년간 약 42% 가량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규식 교수는 4가지의 의약분업 실패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진료관행에 대한 관찰이 없었고 이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 경제적인 유인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 처방을 해왔다는 점을 간과한 채 정책을 설계했다”며 “이로 인해 의약분업 초기 의약품 품목수나 항생제 처방률이 감소했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하지 못한 것은 의료관행이 바뀐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규제정책의 결과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약가 마진이 없어서 약가 경쟁이 이뤄지지 못한 점’, ‘환자 행태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 ‘행정적 준비 미흡’ 등도 실패의 이유라고 꼽았다.

◇의약분업 정책목표 전환해야

이처럼 실패한 의약분업에 대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의약분업 정책 틀을 유지하면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의약분업과 병원외래약국-제도개선을 중점으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의약분업의 지난 11년 동안의 긍정적 효과를 강화하고 그동안 제기된 소비자의 의·약서비스 이용상의 불편 등 사회적 비용증가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이 연구실장은 “의약분업 당시 의원과 약국을 분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원내약국 폐쇄조치는 의약분업 제도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약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 조제 선택은 환자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