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국내 의과학자가 암이나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발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핵심 생체물질인 마이크로 RNA(초극소 리보핵산)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유전자에 결합해 조절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자매지인 ‘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 온라인판(2월 13일자)에 속보로 발표됐다.
14일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에 따르면 지성욱 교수(사진) 연구팀이 미국 록펠러대학,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와 공동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성욱 교수는 제1저자 겸 교신저자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마이크로RNA가 유전자의 단백질 생성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서 단백질 합성 명령을 전달하는 mRNA와 결합할 때, 지금까지는 마이크로RNA 말단 6개의 염기 서열과 정확히 맞는(상보관계) mRNA의 염기서열 사이만 결합한다고 생각했으나, 상보관계가 아닌 경우라도 mRNA의 상보관계가 아닌 부분을 융기 모양으로 밀어내고 상보적인 부분을 찾아 결합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발견을 통해 마이크로RNA가 상보적 염기서열을 가진 기존의 mRNA외에도 더 많은 mRNA를 조절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쥐의 대뇌피질과 자궁경부암 세포에서 해독해 본 결과 이 같은 mRNA는 마이크로RNA에 조절되는 mRNA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마이크로RNA는 지난 1993년 Victor Ambros 연구실에서 최초로 발견한 생체 물질이다. 이 물질은 아고너트(Argonaute)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여러 유전자의 mRNA를 인식해 mRNA의 단백질 생성 기능을 억제한다.
마이크로RNA의 이 같은 작용은 유전자 발현의 중요한 기전의 하나로 정상상황에서는 세포의 분화와 성장에 관여하고,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는 암 및 퇴행성 질환, 당뇨병 등을 유발하게 돼 생명 현상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성욱 박사는 2009년 쥐의 대뇌 피질 안에서 마이크로RNA 454개를 한꺼번에 찾아 염기서열을 해독해 마이크로RNA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고, 마이크로RNA에서 유전자에 달라붙어 기능을 방해하는 모든 핵심 부위를 찾아내는 혁신적인 BT-IT 융합기술(Ago HITS-CLIP) 개발에 성공해 관련 연구 논문을 네이처지(誌)에 게재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그 연장 선상에서 진행된 것으로 마이크로RNA에 의해 조절 받는 유전자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특히 연구팀은 “마이크로RNA와 관련된 생명 현상과 이에 의해서 야기되는 암, 당뇨병 등 유전자 이상 질병의 근원 유전자만 억제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RNA 기반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맞춤형 질병치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성균관대, 삼성의료원, 삼성그룹 등이 참여해 설립한 삼성융합의과학원은 이번 지성욱 교수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마이크로 RNA의 특성을 이용해 암 등 난치병에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RNA 기반 치료제 및 치료기술 개발 응용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