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성인병이나 암과 달리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고도비만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삶의 질’을 뚜렷이 떨어뜨리는 것이 바로 각종 관절질환이다.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 중 약 90%가 허리, 골반, 무릎, 및 발목에 다양한 문제로 이미 치료 중이거나 수술을 포함한 치료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고도비만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계기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것이 없어요’, ‘이웃나라에 가서 주사도 맞아 봤어요’ 등 물리치료와 관련된 것이기에 민간요법 또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근본적인 치료 보다는 증상 완화에 중점을 두기에 때로는 이런 치료로도 속된말로 ‘효과를 보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결국은 체중이다. 최근 들어 척추 또는 무릎 수술을 앞둔 환자 중 담당 의사가 직접 추천한 ‘진료의뢰서’를 들고 외래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개선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고도비만 환자에 있어 관절질환 치료의 시작은 체중관리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두 아이 출산과 급격히 불어난 체중으로 이미 두 차례의 허리 수술 후 무릎 수술을 앞 둔 40대 중반의 주부가 외래를 찾았다. 담당의사 왈 ‘수술을 해서라도 체중을 줄여오세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수술 후 6개월이 지나 30kg정도의 체중이 줄어 들었고, 무릎 수술을 위해 다시 MRI를 시행했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수술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허리 역시 두 차례 수술 후에도 지속되던 다리 당김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때론 시기를 놓쳐 이미 관절의 변형이 왔거나 심한 신경손상으로 고도비만 수술 후에도 뚜렷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예방과 조기치료다.
고도비만에 동반된 관절질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인을 무시하고 증상완화에만 매달리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찌 보면 고도비만수술의 원리는 무척 단순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단순한 체중감량과 체형변화가 아닌 ‘삶의 질’의 극적인 개선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다수의 고도비만환자가 앓고 있는 ‘습관성 코골이’와 이의 심각한 형태인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알아본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