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오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사랑을 고백하려고 마음먹은 노총각 김모(39·회사원)씨는 최근 남모를 고민이 생겼다. 아래로 띠 동갑인 그녀 앞에만 서면 잔뜩 긴장이 되는데 그때마다 꼭 귀에서 두근두근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는 통에 그녀에게 집중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머리와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그녀가 혹시 몸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길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 몰라 거사를 앞두고 병원을 찾은 김씨. 그의 진단명은 ‘박동성 이명’. 혈류량의 증가로 귀 혈관 내의 압력을 상승시켜 청각기관 주변 혈관이나 근육에 이상이 생겨 맥박 혹은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게 되는 질환이었다.
김 씨가 그렇게 된 것은 평소 과다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오랜 자취생활로 몸이 망가진 탓이었다. 병원에서는 혈관절개 수술을 권유했지만 수술이 싫어 한의원에 갔다. 적외선체열진단 결과 흉복부 위에서 얼굴까지 짙은 붉은 색으로, 아랫배와 하체는 파랗게 표시됐다. 바로 전형적인 ‘이명’환자의 모습이었다. 맥박 진단에서도 간화가 항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노총각의 고백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한의원에서는 상체에 몰려 있는 열부터 내리자고 했다. 침과 한약을 정제한 약침 치료로 기혈흐름을 촉진시키고 수기치료로 뻣뻣한 근육을 풀어냈다. 뱃살도 줄이고 앉았다 일어서는 하체운동도 숙제로 내줬다. 한약처방 또한 조구등과 백질려, 원지와 석창포 등 몰려있는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인 것들을 썼다.
변재석 마포소리청 한의원 원장은 “김씨는 적어도 3개월 정도 치료기간이 예상되는 상태였다. 그러나 우선 열부터 내리면 박동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약해지기 때문에 2주간의 치료만으로도 사랑을 고백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왜 열을 내리면 이명 증상이 호전될까. 변 원장은 “열은 상승하는 성질이 있는데, 그러면서 귀의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며 “이명 증상이 느껴질 때 곧바로 머리를 차갑게 식혀주고 목을 부드럽게 해줄 경우 증상이 호전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열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이명은 사무직 직장인들에게 많다. 평소 업무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하체가 부실해 머리로 오르는 열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띠 동갑 그녀가 노총각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받아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 때는 빨리 포기하거나 치료에 매진하면서 열 번 찍는 방법 밖에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긴장하면 귀에서 두근두근 ‘이명’… 미치겠네”
입력 2012-02-08 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