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혁재 분당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2월 6일은 한겨울 속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명절, 정월대보름이다. 둥그런 달이 탐스럽게 떠오르는 정월대보름에는 단연 풍성한 먹을거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갖은 나물과 잡곡밥, 영양 만점인 부럼까지 한겨울 움츠렸던 기운을 북돋우고 입이 즐거운 정월대보름의 음식들을 알아본다.
◇갖은 나물… 원기 보양에 좋아= 오곡밥과 갖은 묵은 나물은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몸에 좋은 재료를 섞어 만든 음식들을 두루 나눠먹는 이 명절의 풍습 중에는 다른 성(姓)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아진다는 풍습도 전해내려 온다. 또 이날 아침 아이들이 체, 얼맹이, 조리 따위를 들고 보름밥을 얻으러 다니는데 이 ‘조리밥’이나 ‘더윗밥’을 먹어야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다. 나물은 기본적으로 도라지처럼 백색은 뿌리, 고사리 등 흑색은 줄기, 호박고지 등 녹색은 이파리로 요리해 나무 전체 기운을 받는 게 좋다. 이런 나물은 몸의 기혈순환을 도와주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원기를 북돋아 준다. 단 주의할 점은 식약청에서도 최근 권고했듯이 말린 나물은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데쳐 먹고 소금과 간장 간을 줄여 짜지 않게 조리해야 영양가 있는 식단을 섭취할 수 있다.
◇대보름에 먹는 밥… 오행 기운 살려= 찹쌀, 조, 수수, 팥, 콩 등을 섞어 지은 오곡밥은 청, 적, 황, 백, 흑의 기운이 도는 곡물이다. 이 곡물들을 섞어 먹는 오곡밥은 중앙과 동서남북 공간을 포괄해 오행의 기운을 골고루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또 오곡밥에 들어가는 찹쌀은 기(氣)가 많아 봄을 앞두고 부족하기 쉬운 진액을 만들어 준다. 조는 쌀에 부족한 식유섬유와 칼슘 등 각종 미네랄이 많고, 팥은 한방에서 ‘적소두’라고 부르는데 어혈로 탁해진 피를 깨끗하게 해 온몸 구석구석 기운이 잘 통하도록 도와준다. 이렇듯 잡곡에는 쌀만 섭취할 경우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와 각종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월대보름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챙겨먹는 것을 권장한다.
◇부럼 깨기… 부스럼 방지하고 한해 건강을 생각했던 지혜=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 중 ‘부럼’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무렵이면 호두, 잣, 밤, 땅콩 등 부럼용 견과류가 풍성하게 나온다. 나이 수대로 깨물면서 “1년 내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종기)이 나지 않게 해주소서”하고 빌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실제로 부럼용 견과류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에 버짐이 피던 당시, 영양가 높은 견과류를 먹음으로 피부병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밤은 원기와 신기를 보하며 비위가 허해 쉽게 설사하는 아이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잣은 허한 것을 보하고 여윈 것은 살찌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호두는 신장과 혈기를 보강해 두뇌를 총명하게 하며 기침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땅콩은 비위와 폐를 보해 기운을 돕는다.
◇정월대보름, 움츠렸던 기운 열어줄 때= 정월대보름의 풍속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잘 새기며 자연의 기운을 담은 음식도 이웃과 나눠 먹고 아이와 쥐불놀이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예전처럼 나물을 직접 말리거나 들판에 나가 쥐불놀이를 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 나가 나물과 오곡을 사서 밥도 해먹고 부럼 깨기도 하면서 겨우내 얼었던 아이와 가족의 기운을 녹여주면 좋을 것이다.
겨울 밥상 풍요롭게 하는 음식 잔치, ‘정월대보름’
입력 2012-02-06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