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외과)
[쿠키 건강칼럼] ‘특단의 조치를 하러 왔습니다.’ 벌써 1년이 조금 지났다. 한 손에는 목발을, 어깨에 맨 가방 안에는 그간 진료 기록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들고 한 환자가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미리 전화를 통해 간단한 상담을 한 터이나 65세라는 나이를 생각해 설마 외래까지 찾아 올지는 몰랐다. 14년간 앓아온 당뇨와 90kg에 가까운 몸무게로 수 차례 무릎수술을 반복한 뒤였다.
환자의 의지는 단호했다. 내 남은 여생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수술에 대해 진지한 의견교환을 나눈 뒤 흔쾌한 동의로 지난 2011년 1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1개월, 3개월 그리고 6개월을 넘어서면서 20kg 정도가 줄어들었다. 그 사이 인슐린을 끊은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목발의 도움도 물리치료도 필요 없게 됐다. 드디어 지난 가을에는 고등학교 동창 부부내외와 긴 해외여행도 즐길 수 있었다. 본인이 단호히 선택한 ‘특단의 조치’가 결국 빛을 발한 것이다.
‘당뇨가 수술로 좋아진다’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실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당뇨병 치료의 기본이 바로 생활습관의 변화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체중관리인 것이다.
당뇨를 진단 받고 외래에서 담당의사로부터 처음 듣게 되는 말 역시 “우선 체중을 좀 줄여야 합니다”이다. 이쯤 되면 ‘수술로 당뇨가 좋아진다’라는 내용이 조금은 쉬워지리라 생각한다. 즉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통해 안정적으로 체중감량을 하고 장기적으로 잘 유지한다면 자연스럽게 당뇨 역시 호전되게 되는 것이다.
고도비만환자에 있어 수술 후 70%이상이 당뇨의 호전 또는 완치가 이뤄지며, 이런 상태는 단순히 1~2년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됨은 이미 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동시에 동물실험을 통해서도 그 이유가 잘 밝혀져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감소와 지속적인 칼로리 조절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이며, 이외에 위장관의 환경변화(특히 위우회술을 통해 음식이 십이지장을 통과하지 않고 소화가 덜된 음식이 하부 소장으로 빨리 노출됨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인슐린 감수성 및 저항성의 개선 효과)로 인해 뚜렷한 혈당 개선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특히 당뇨를 앓아온 기간이 짧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남아 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 역시 수술 후 약 90%이상이 뚜렷한 당뇨의 호전을 보이며, 그 중 약 70%는 완전히 투약을 중지한 상태에서 혈액검사상 정상 소견을 보이고 있다.
모든 당뇨병 환자가 수술로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만도가 높고,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중조절이 어려우며, 동시에 혈당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다면 고도비만 수술은 꼭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 최선의 치료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당뇨는 전신의 혈관과 신경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질병이며, 여기에 비만이 동반된다면 병의 진행은 더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고도비만 수술은 획기적이고 새로운 치료법이 아닌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당뇨가 있는데 수술은 무슨 수술’이 아니라 ‘당뇨가 있기에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
[김용진 교수의 고도비만수술 바로알기]수술로 당뇨가 좋아진다니
입력 2012-02-07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