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인 줄 알았더니… 젊은 남성 ‘강직성 척추염’ 조심

입력 2012-01-27 07:34
20~30대 남성서 주로 발생, 뚜렷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 약물 치료·운동 병행 효과적, 고관절 변형 심하면 인공관절수술

[쿠키 건강] 얼마 전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은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색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세종대왕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 하나는 그가 눈병으로 시력을 상실했었고 한글 창제가 완성된 1443년은 세종대왕이 이미 실명한 이후였다는 사실이다. 시력 상실 원인으로는 당뇨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을 지적하기도 한다.

책벌레로 알려진 세종대왕 역시 척추 질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관절, 척추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강직성 척추염’은 주로 40대 이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초기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척추 질환은 주로 40대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20~30대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허리가 아플 때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로 혼동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30대 남성에게 발생하는 ‘강직성 척추염’=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관절과 주변의 근육 및 인대 등에 염증이 발생해 척추뼈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특정 유전자를 가진 경우, 과로나 스트레스, 정신적 압박감 등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척추질환이 40대 이후에 많이 생기는 반면 강직성척추염은 20~30대에 주로 발생하며 최근에는 여성들의 발병율도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통증은 허리의 근육통이나 디스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고관절을 포함한 말초 관절에 영향을 주며 피부 질환이나 공막염과 포도막염, 홍채염 등의 눈질환 등 염증과도 관련이 있다.

◇허리나 고관절 주변 아프고 붓는 증상 ‘강직성 척추염’ 의심= 무리해서 운동을 하거나 외상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와 골반 주위가 아프고 뻣뻣한 느낌이 든다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때문에 사무실에 오래 앉아 근무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직성 척추염 초기에는 아래쪽 허리부터 골반 부위가 아프면서 붓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아침, 저녁 움직임이 적을 때 통증이 심하지만 운동 후에는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디스크는 반대로 움직임이 많을 때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다리도 함께 저리기 때문에 강직성 척추염 증상과 구분된다.

강직성 척추염은 방치하게 되면 척추관절이 굳어져 움직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다리가 저리는 증상 없이 3개월 정도 허리통증이 지속된다면 방사선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유연성 높여야=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 진단을 통한 약물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적 치료로 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조기에 꾸준한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릎이나 발목 등 다른 관절염의 동반 여부에 따라 면역 억제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치료와 더불어 체조와 스트레칭을 꾸준히 시행해 유연성을 높여주고, 수영과 평지 걷기 운동을 통해 허리근력 강화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축구 등 신체 접촉이 있는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허리와 목, 고관절을 강화하는 운동을 통해 뻣뻣함을 줄일 수 있다.

혈액검사(HLA-B27)를 통해 진단하며 X-ray 촬영 시에는 대나무 모양처럼 뻣뻣해진 인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강직성 척추염은 ‘bamboo spine(대나무 척추)’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허리 아래 부분이나 양쪽 엉덩이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해 점진적으로 척추 위쪽 부분으로 통증 부위가 넓어진다. 증상이 더욱 진행될 경우 목까지 아플 수 있으며 강직이 가슴뼈로까지 번지면 가슴이 확장되지 않아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강직 현상은 뼈 및 관절에 주로 침범한다. 특히 고관절까지 진행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이 굳어지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송 원장은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허리, 척추, 관절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며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통증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야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관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