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우울한 부모님, 이유는…

입력 2012-01-19 07:31
평소 전화 꺼리고 목소리 커지면 난청 의심… 보청기로 재활 가능

[쿠키 건강]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 부모님의 건강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님이 대화 상대 없이 홀로 생활하시는 경우라면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만약 전화를 드려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고 빨리 끊으려 하시거나 활기가 없고 우울해 하신다면 귀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평소 이런 증상이 있었다면 이번 설날에는 부모님의 행동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난청 환자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사회관계가 단절돼 우울증은 물론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한 번 나빠지면 원래의 청력을 되돌리기 힘들다. 따라서 난청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난청을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청력을 보조하는 보청기를 최대한 빨리 착용해 적극적으로 재활해야 한다.

◇청력 떨어질수록 우울감 상승… 정서적 문제로 발전= 부모님이 특히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경우라면 대화할 상대가 없어 스스로 난청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간혹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평소 부모님의 생활모습을 잘 관찰해 난청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전화 통화를 할 때 목소리가 유난히 크고 빨리 끊으려 하시는 등 통화를 꺼려한다면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텔레비전 볼륨을 지나치게 크게 키워 시청하는 것도 난청 증상 가운데 하나다.

노인성 난청은 귀가 잘 안 들린다는 것 외에도 사회관계가 단절되고 우울감이 높아지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노인의 20%가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123명을 대상으로 우울 성향과 청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청력이 떨어질수록 우울감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인 난청의 우울성향에 관한 연구, 한국청각언어재활학회, 2005).

◇고도난청 치매 위험 5배↑… 난청 진행속도 늦추는 것이 최선= 난청 환자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치매의 위험도 높다. 지난 2011년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Hearing loss and incident dementia, 2011)에 따르면 치매 증상이 없는 36~90세 남녀 639명을 대상으로 평균 12년간 추적 검사한 결과, 경도난청일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정상인의 약 2배였고 고도난청은 정상인보다 약 5배 높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또한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치매의 36% 이상이 난청과 관계된 것으로 조사됐다.

난청은 한 번 발생하면 원래의 청력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청력을 되돌릴 수 없다면 현재 상태에서 잘 듣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난청이 심할수록 치매 발생 위험까지 높아지는 만큼 보청기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청력재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보청기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 고가의 보청기를 선택하기 보다는 정확히 검사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착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청기 착용은 빠를수록 재활 효과 좋아… 완전 적응까지는 3개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약 25%가 난청 환자일 정도로 난청은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그에 비해 보청기 보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보청기를 끼면 귀가 더 나빠진다는 속설도 여기에 한 몫 한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일 뿐이며 오히려 보청기 착용이 늦어질수록 난청은 더욱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미루지 말아야 한다. 또 보청기는 안경처럼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보청기를 빌려 쓰는 것은 효과가 없다.

보청기는 청력을 정상으로 되돌려주는 기기가 아닌 난청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기다. 때문에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이전에 듣던 소리와 다르게 들릴 수 있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적응기간은 최소 한 달 정도 걸리고 필요한 소리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3개월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일상적인 잡음이 유난히 크게 들릴 수도 있다. 이렇듯 보청기 착용 후 달라진 점에 대해 기록해두면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게 보청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소 하루 8시간 이상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김희남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전문클리닉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