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떨어지면 면역력 저하로 치료효과 떨어져
[쿠키 건강] 정부의 에너지 제한 시책에 애먼 환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겨울철 전력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 온도를 20도 수준으로 낮추자는 건데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들에겐 추위는 그야말로 쥐약이다.
병원은 예외가 아닐까. 더구나 개인병원이라면 크게 눈치 볼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중앙난방 시설을 갖춘 건물에 입주한 병원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제한온도를 어기면 에너지이용화법에 따라 2회 위반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을 거슬렀을 경우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항의를 해도 건물주들이 요지부동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18∼20도로 정한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18∼20도 범위를 적정한 실내온도로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내복이나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입으면 3~4도의 실내온도 조절효과가 있다는 것. 실내온도가 20도일 경우 우리가 내복을 입었다면 23∼24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인이나 어린이들, 만성질환자들은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35.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아무리 내복을 입는다고 해도 병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에서 옷을 벗거나 걷어 올릴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더욱 추위를 느끼게 된다. 박치영 생기한의원 원장은 “면역력이 약하거나 소음인 등 체질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는 환자들에게 실내 적정온도는 적어도 23~24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체온이 내려갈수록 면역체계의 교란은 더 가속화된다. 특히 겨울철 질환인 건선의 경우 추위에는 젬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에 기름샘이 위축돼 수분이 부족해지고 땀샘도 줄어 몸 안에서 살갗으로 수분이 전해지지 않아 푸석푸석해진다. 의학전문가들은 저체온일수록 효소의 기능과 신진대사가 나빠져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 씨도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가 약해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5~6배로 면역력이 강해진다”고 자신의 저서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한의학적 이론에서도 피부질환은 체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 원장은 “임상에서 볼 때 건선뿐만 아니라 아토피도 소음인과 태음인 등 냉한 체질의 사람들에게 주로 많이 생기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허증’이라고 부른다”며 “이런 사람들의 경우 체온을 높이지 않으면 치료효과 떨어진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인구 당 건선의 발생 빈도가 적도 지방으로 갈수록 현저하게 감소하는 반면 위도가 높은 추운 북극 지방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에너지절약 정책에 애먼 환자들만 고생한다
입력 2012-01-17 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