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손영민·이경진 교수 연구팀 연구성과 발표
[쿠키 건강] 미세한 전기로 신경세포를 자극해 경련을 억제하는 ‘뇌심부자극술’이 난치성 뇌전증(간질) 환자의 경련 감소는 물론 언어와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원장 문정일) 신경과 손영민(사진 왼쪽) 교수와 신경외과 이경진(오른쪽)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항경련제나 수술적 치료에도 반등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해, 경련 감소는 물론 언어 및 인지기능이 현저히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지난해 12월 29일 유럽뇌전증(간질)학회 학술지인 ‘Seizure’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됐으며, 오는 2월 출간 예정인 유럽뇌전증(간질)학회 최신호에 게재된다.
연구팀은 뇌심부자극술 시술환자 9명을 대상으로 인지, 언어기능을 수술 전과 후로 평가했다. 그 결과 9명 모두에게서 시술 후 평균 약 1년 4개월 뒤에 수술 전보다 평균 60%의 경련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또 수술 후 언어기억력 측정에서도 수술 전에 비해 평균 30.2%의 언어기억 상승 효과가 관찰됐고, 언어유창성 테스트에서도 수술 후 측정값이 수술 전 보다 평균 28.6%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심부뇌자극술 후 경련의 감소뿐만 아니라, 언어기억력의 증가 및 언어 유창성의 뚜렷한 개선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뇌전증(과거명칭=간질)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인 이상 흥분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수술로 제거해 전체의 70~80%의 환자가 치료된다. 하지만 나머지 약 30%의 환자는 치료가 어려워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간질 유병률은 세계 공통적으로 전체 인구의 1%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간질 환자 수를 약 50만명으로 추산할 경우 국내 난치성 간질환자는 약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중 15~20%인 약 3만명 정도가 뇌심부자극술(DBS)을 통해 큰 폭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뇌심부자극술(DBS)은 환자의 머리를 열지 않고 대뇌 전시상핵에 전극을 삽입해 미세한 전기를 흘려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경련을 억제하는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지난 2001년 국내에 도입되됐다. 현재 국내에는 파킨슨 병, 간질, 근긴장 이상증 등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손영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심부자극술이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인지기능까지 향상시키는 효과를 관찰했다”며 “보다 다양한 뇌전증 증후군으로의 적용 확대가 기대되며, 충분한 환자군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햇다.
한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2002년 국내 처음으로 뇌심부자극술을 난치성 간질치료에 적용한 이후 총 28명의 환자들을 시수했다. 단일 병원으로는 세계 최다의 난치성 간질치료 뇌심부자극술 증례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관련 임상경험을 소개해 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간질환자 ‘뇌심부자극술’로 경련감소, 언어·인지기능도 향상
입력 2012-01-16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