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입력 2012-01-10 07:06
[쿠키 건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율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등은 어제 오늘의 사회적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치료를 받는 환자는 고작 15%에 불과하다는 결과도 있다. 또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는 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소 생소했던 공황장애 질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공황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을 남의 이야기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설마 내가…’하는 마음에 공황장애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은 배제시킨 뒤 생각을 한다. 이런 점에서 방송인 이경규 씨가 최근 KBS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공황장애’를 앓는다고 고백아닌 고백을 한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공황장애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며, 누구나 공황장애에 걸릴 수 있는 사회 경제적 환경과 요인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어떤 질환?

사람은 특정 상황에 처해 긴장하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이러한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지면, 몸에 이상을 느껴 어지럽거나 뒷목이 뻐근해지고 심장이 쿵쿵 뛰게 된다. 이런 현상은 위험한 상황이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갑자기 불안이 엄습하거나 운전 중 흉부 통증이 나타나거나 출근시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것처럼, 처음에는 실제적인 위험이 전혀없이 편안하고 익숙한 상황에서 난데없이 심리적인 증상이나 심혈관계, 신경계, 호흡기계 및 소화기계 질환 등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윤호경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는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 발작 증상이 발생하면서 ‘죽을 것 같은 심한 공포’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끔찍하고 두려운 경험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또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불안과 걱정속에서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항장애의 원인과 증상은?

공항장애의 원인 중 심리적인 요인으로는 어린 시절 부모의 상실이나 무의식적인 갈등이 작용된다. 윤호경 교수는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공황장애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공황장애도 다른 대사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서 생물학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설명했다.

실제 젖산, 요힘빈, 카페인, 이산화탄소, 마리화나, 코카인 등에 의해 공황장애가 유발되고, 마찬가지로 뇌교의 청반핵, 해마 중격 부위 및 뇌의 주요 억제성 신경 전달 물질인 GABA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윤 교수는 특히 청반핵의 자극이 교감신경계에 각성을 일으키고 해마 중격 부위의 과민성이 기억, 신체,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는 기능의 이상으로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별 위험 한 상황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작동해 불안 반응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때때로 육체적인피로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후 에도 공황발작이 나타나 스트레스가 공황발작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할 뿐 주원인은 아니라고 윤호경 교수는 덧붙였다.

공황장애의 주요 증상은 ▲저항할 수 없는 공포, 두려움, 불안 등과 함께 ▲죽음에 대한 공포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잃어버릴 것 같은 공포 ▲비현실감(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나, 자신이 달라진 느낌) ▲신체적 증상 ▲심혈관계 증상 ▲흉부의 통증이나 압박감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뜀 ▲손, 발 혹은 몸이 떨림 ▲어지러움, 휘청휘청하는 느낌,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 ▲메슥거리고 속이 불편함·설사 ▲땀이 많이 남 ▲화끈화끈하는 열기나 오한 등이다.

◇공황장애의 치료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시됐듯이 전문가들은 공황장애가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고 조언한다. 윤호경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이 처음 시작될 때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 치료로 구분된다. 어떤 형태의 치료를 하던 간에 먼저 환자와 가족에게 공황장애가 성격의 나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치료는 뇌전달물질인 생물학적 이상을 교정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윤 교수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육체적인 피로, 과음과 같은 요소들이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도움말=윤호경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