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기준 ‘43배 초과’ 제품도 추가 확인
[쿠키 건강]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의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어린이 완구 및 문구류가 여전히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건강 전문 케이블 쿠키건강TV의 ‘건강레이더 THIS’ 취재진은 지난 12월 14일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어린이 문구와 완구 제품을 마트별로 20개 안팎, 총 69개를 무작위 구입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중금속 함유량 측정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납이 초과 검출된 제품이 6개, 카드뮴 초과 제품은 7개로 대형마트 세 곳 모두 우려할 만한 양의 중금속이 함유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제품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X선 형광분석기를 이용, 샘플 당 3번 이상 재 측정한 후 중간값을 적용한 이번 조사 결과는 측정기의 오차범위를 인정하더라도 추가 정밀조사가 요구되는 중금속 수치를 보여 줬다.
조사를 맡은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은 “납의 경우 특히나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필통류에서 높은 함유량이 다수 확인됐으며, 카드뮴은 화려한 색깔을 갖고 있는 스티커 같은 제품들에서 고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트별로 보면, 이마트의 경우 봉제필통이 어린이용 공산품에 대한 납 함유량 기준치인 300ppm을 4.9배 초과하는 1465ppm을 기록하는 등 총 2개 제품이 납 기준치를 초과했다. 어린이용품 카드뮴 기준치 75ppm을 무려 43배 초과한 다이어리 제품도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롯데마트가 판매한 제품 중에서는 납 기준치를 8.9배 초과한 동전지갑이 카드뮴 기준 역시 7.6배 초과했는데, 이처럼 납과 카드뮴 함량이 모두 기준치 이상을 보인 제품이 2개나 됐다. 홈플러스 역시 봉제필통 등 2개 제품이 납 기준치를 초과했고, 카드뮴 기준치를 넘어선 3개 제품 중에는 9.5배나 초과한 완구가 포함됐다.
조정민 성신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연구를 통해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횟수’로 나타났다”며 “집에 먼지가 많거나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아이에 비해 납이 함유된 장신구 및 완구 등을 자주 갖고 노는 아이들에게서 높은 혈중 납 농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상 품목들의 절반 이상이 재질 표기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금속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 중에는 KC마크 인증을 받은 것도 6개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취재진의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 9월, 11월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대형마트 발암물질 어린이용품 유통 실태’ 결과와 다르지 않다. 당시 대형마트 3곳은 문제가 된 제품을 모두 철수시켰고, 같은 사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 또는 중간 점검을 강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위험한’ 결과에는 영세 제조업체의 난립, 유통 과정에서의 점검 부실 등 고질적 구조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도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학용품, 완구 등에 대한 중금속 검출을 판단하는 기준이 제품 자체의 ‘함량’이 아니었다. 제품을 입에 넣는 행위 등을 통해 체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평가하는 ‘용출량’에 근거했다. 용출량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이상,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들었는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다행히 올해부터 어린이 문구나 학용품에 대해 함량 규제가 적용된다. 단, 8대 중금속 중 납과 카드뮴에 한해서만 제한 적용되며, 미술 준비물 등으로 쓰이는 판화 등 일부 용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까지 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정기원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조사과 과장은 “자율안전확인품목의 경우 한 번 인증을 받으면 5년 동안 유효한데, 일부 제조사는 인증을 받은 후 값싼 소재나 재질로 변경해 생산한다”고 인증제도 악용 사례를 전하며, 새로운 함량 규제 시행에 있어 지속적 검사가 중요함을 알렸다.
또 이미경 국회 민주통합당 의원은 어린이용품의 안전성 결여가 제조, 유통·판매, 정부규제까지 얽혀 있는 총체적 문제라는 판단 아래 “우선 법적으로 적정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함께 지켜 나간다는 의미에서 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시청자의 건강과 참살이를 고민하는 쿠키건강TV의 심층기획 ‘건강레이더 THIS’(기사 중간 동영상 또는 아래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