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씨(54)는 5년 전 ‘스티븐 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 받았다.
양쪽 눈의 심한 각막 혼탁과 표면 석회화, 각막 윤부 줄기세포 결핍으로 본인의 손톱 길이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 있었다. 심각한 폐질환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힘들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씨는 종합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수술이 어려운 데다 재발도 흔하고 회복 가능성이 낮아 보존적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최씨가 앓고 있는 ‘스티븐 존슨 증후근’은 100만명당 1명에게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피부 및 점막 혈관이 이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얼굴, 손, 발 등에 전신적인 수포성, 출혈성 피부병과 폐와 위장관에 이상을 초래해 치료가 원천적으로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해 6월 중앙대병원 안과 김재찬 교수를 찾아 본인의 코점막을 소량 떼어내서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자신의 눈에 이식하는 자가 배양 코점막 이식술과 양막 이식술, 각막 이식술의 3차례 수술 끝에 재발이나 악화되는 증상 없이 시력을 회복했다.
최씨는 김재찬 교수를 처음 만날 당시 눈 앞 30cm의 손가락만 셀 수 있는 정도로 시력이 낮았으며 눈꺼풀과 결막의 심한 유착으로 눈의 움직임도 상당히 제한돼 있는 상태였다.
김 교수는 최씨의 왼쪽 눈 각막 석회화 조직 제거 후 거부반응 확률이 적은 무세포 각막을 부분층과 자가 코점막을 배양해 안구 표면에 이식했다. 이후 각막을 기증 받아 왼쪽 눈에 전측 각막 이식술과 백내장 수술을 받아 시력을 0.3까지 회복됐다.
수술 후 최씨는 “3년 만에 제 손톱이 보이고 간호사 옷에 무늬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김재찬 교수님의 목소리만 듣고 젊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난치라고 할 만큼 심각해 치료를 해도 삶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질환”이라며 “오래 연구해온 코점막 이식, 양막 이식과 각막 이식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시력이 호전돼 환자에게 새로운 인생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5년 세계 최초로 양막 이식 치료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0년에는 안구건조증 및 줄기세포결핍성안질환(안구화학화상, 안구열화상, 스티븐 존슨 증후군, 안구수포창 등)으로 인해 변성된 안구 조직에 환자 본인의 코점막을 이식해 우수한 치료 결과를 얻어내는 등 환자의 실명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희귀병 ‘스티븐존슨 증후군’, 코점막 이식으로 시력회복
입력 2012-01-03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