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입력 2011-12-29 15:12
[쿠키 건강]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를 앞둔 가수지망생 A양은 갑작스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증상이 생겨 음성치료 전문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는 잘못된 발성과 음성혹사로 인한 심한 성대결절. A양은 빠른 치료를 기대하며 당장 수술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으면 당분간 노래를 부를 수 없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A양은 음성치료를 통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발성을 훈련하면서 노래 연습을 계속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목소리 이상 무작정 수술은 일상 생활에 지장

최근 목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활동 중지를 선언하는 연예인의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목소리를 상하는 경우가 크게 눈에 띈다.

이런 경우 막연히 빠른 효과를 기대하고 수술을 받게 되면 생업을 접고 장기간 휴식을 취하는 상황을 불러온다. 따라서 자신의 직업적인 상황과 질환 정도를 함께 고려해 치료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수처럼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은 연예인은 단 몇 개월의 휴식으로도 그 동안 쌓아 올린 명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교사나 노래강사, 목사, 영업사원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도 이에 해당된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음성질환이 생겼을 때 필요한 경우 수술을 하는 것이 좋지만 수술 이후 음성 사용을 당분간은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지, 음성훈련으로 치료를 해야 할 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부분의 음성질환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수술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음성훈련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빠른 효과를 기대하고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안철민 원장은 강조했다.

◇목소리 사용 직업 근본적인 치료 필요

무리한 일정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음성혹사, 잘못된 발성 습관 등은 음성질환의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경우 음성 사용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야 할 때도 있지만 무조건 말을 하지 않는 방법이 반드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성대 점막의 부종은 쉬는 동안 가라앉지만 말을 안 하는 동안 성대 근육은 퇴화되고 위축된다. 따라서 다시 말을 할 때 위축된 성대 근육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가 결국 성대 질환이 더 악회될 수도 있다.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성대와 호흡 근육을 강화해주는 발성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추천된다. 또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발성을 내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런 훈련이 돼있지 않으면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음성질환이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없이, 혹은 수술 뒤에 실시하는 발성훈련 등의 음성치료를 통해 목소리 질환을 치료하는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당장 수술이 부담스러운 목소리 전문 사용 직업군 음성질환 환자들이 활동을 병행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안철민 원장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수술 뒤 성대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되도록 빨리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환자에 맞는 음성훈련, 발성훈련, 언어훈련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음성 질환, 수술은 언제 받아야 하나?

목소리를 이용하는 직업군은 음성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질환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경증의 성대결절과 같은 목소리 질환은 짧은 시간에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상이 있을 때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적인 문제가 없고 정도가 경미하다면 간단한 발성 연습으로도 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개월 이상 성대폴립, 성대낭종 등의 원인으로 음성변화가 지속돼는 경우는 다른 치료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더 이상 노래가 어렵거나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면 한동안 음성휴식을 해서 성대 부종을 안정시키고 수술을 하는 것이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방치한 성대낭종으로 인해 음성변화가 심해졌다면 수술을 해서 낭종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안철민 원장은 만약 1개월 이상 음성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노래를 하는 경우 약간의 음색변화가 와도 참을 수 있고 최소 6개월 정도 노래를 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술이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목소리는 평상시 관리가 중요하고, 헛기침을 자제하고 너무 낮은 음성으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며 “평소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환경을 피하고 물을 천천히 자주 마셔주며 담배와 커피, 콜라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