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근 관절내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까지 가능한 관절내시경이 정형외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관절통증의 원인을 몰라 막막했던 환자들이 특히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병훈(46·가명)씨는 몇 개월간 지속된 무릎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당혹스러운 말을 들었다. 앞서 엑스레이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다른 병원을 찾아 고가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의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하지만 약물과 물리치료를 몇 주간 지속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이씨가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던 건 관절내시경 검사를 통해서였다. 내시경을 통해 본 이씨의 무릎은 퇴행성관절염과 내측반월상연골파열이 동반 발병한 상태였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수술이 이뤄졌다.
관절내시경은 위나 대장내시경처럼 관절 속을 들여다보는 의료기구. 이는 지름 3.5㎜ 직선모양의 원통형 금속관에 소형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한 모양으로 1㎝ 내외의 피부 구멍 2~3개를 통해 삽입하면 모니터를 통해 관절 속을 8배 이상 확대해 볼 수 있다.
기존의 관절검사에서는 엑스레이가 빈번하게 이용됐다. 또 여기서 특이소견이 보이지 않을 경우 질환의 감별을 위해 다른 정밀검사들이 이뤄진다. 정밀검사를 통해서도 원인 감별이 되지 않으면 무릎은 아픈데 환자가 이유를 몰라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관절내시경은 병변의 확진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비교적 정확하다고 알려진 검사법이 파악하지 못하는 연골이나 인대손상, 뼈의 마모 여부 등을 세밀하게 규명해낸다.
치료로 이뤄지는 관절내시경 수술은 관절경 수술로도 불린다. 이 방식은 자기관절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고, 수술 반흔이 작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 수술시간은 관절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40분 내외가 걸린다. 또한 대부분 부분마취로 진행돼 고령의 환자들이 무리 없이 받을 수 있다. 고재현 세정병원 원장은 “관절내시경 수술은 병변에 내시경을 넣고 손상된 연골이나 인대를 다듬거나 꿰매 잇고 이식하는 등의 방법”이라며 “병변을 육안으로 파악하며 치료가 이뤄져 일시적인 통증감소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관절내시경, 정확한 검사와 치료 이뤄져…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도 빨라
노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중증 이상이면 관절이 닳은 부위나 돋아난 골극을 긁어내거나 다듬어서 치료한다. 인체 자생력을 이용해 연골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원리다. 젊은 층에서 운동부상으로 인한 잦은 십자인대파열은 상당수 환자들에게 수술이 요구된다. 수술은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인대를 꿰매거나 재건하는 방식으로 자기인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기존의 기능에 근접한 튼튼한 인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수술기법이 매우 까다로워 국내에서 시행 가능한 전문의가 많지 않다.
반월상연골파열의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연골판을 봉합하고 절제, 이식하는 방식으로 치료된다. 특히 이식술은 활동력 있는 젊은 층에서 효과적이어서 환자의 90% 이상에서 좋은 치료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관절내시경은 대부분의 관절질환에 적용돼 류마티스관절염, 통풍성관절염, 회전근개파열, 연골연화증, 측부인대파열, 오십견, 충돌증후군, 석회화건염, 발목염좌, 발목인대파열, 테니스엘보, 골프엘보, 추벽증후군, 점액낭염, 활액낭염 등에도 적극 쓰이고 있다.
고 원장은 “22년 전 국내에 관절내시경과 수술법을 처음 도입했을 때는 어려운 고난도 수술이었고 잘 알려지지 않아 일 평균 수술건수가 2~3건에 불과했다”며 “현재는 점차 치료사례가 늘어나 대형병원 등에서도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권유 받고 내원한 환자의 80% 정도가 관절내시경 치료로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은 환자의 나이와 활동 정도, 병변의 크기, 인체 자생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관절내시경이 아무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 해도 결국은 사람이 다루는 기기다. 시술자의 임상경력과 노하우는 치료결과에 기여도가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관절내시경, 막막한 무릎통증 원인 규명·치료에도 효과”
입력 2011-12-29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