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빠는 우리아이, ‘부정교합’ 위험

입력 2011-12-22 17:43
[쿠키 건강]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5살 채린이(가명). 올 초 어린이집에 가면서 한동안 그만 두었던 손가락 빨기가 다시 시작됐다. 낯선 환경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행동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심한 손가락 빨기가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치과의사의 당부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손가락을 강하고, 지속적으로 빠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부정교합(아랫니와 윗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상태)의 빈도가 더 높다. 만 4세 이후에도 손가락 빠는 습관이 지속되면 윗니와 아래 앞니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부정교합을 유발할 수 있다.

손가락 빨기는 생후 1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혀나 입술을 이용해 ‘빠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게 된다. 정신분석가인 프로이드가 ‘구강기’로 명명한 이 시기를 지나며 아이들의 손가락 빨기는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이 시기의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손가락을 빨게 되며 이는 아이의 올바른 치열 형성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외에도 턱을 괴는 것, 입으로 호흡하는 것, 고양이처럼 등을 구부리고 앉아있는 것, 입술을 깨물다가 침을 바르는 것 등의 습관도 치열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만 6세 이전에 없어진다면 부정교합의 영향은 일시적이지만 6세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습관중단장치를, 10세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아이가 손가락을 빨지 않았을 때 칭찬이나 선물을 주거나, 손에 장갑을 끼우거나, 종이접기 블록 쌓기 등으로 아이에게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바른 먹거리, 바른 치아 만들어

사실 고른 치열을 만드는 방법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젖을 빨거나 이유식을 먹을 때 턱을 움직이는 행위는 턱의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한다. 특히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는 턱과 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턱이 잘 발달하고 혀의 움직임에 따라 치열이 고르게 된다.

묽은 이유식에서 어느 정도 씹는 질감의 이유식으로 바꿀 때 선택하는 음식재료도 턱 발달에 영향을 준다. 브로콜리나 쇠고기, 달걀노른자 등이 씹는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식재료들이다.

◇어차피 빠질 유치? 우습게 보다 큰 코 다쳐

유치에 충치가 생겼을 때 어차피 빠질 치아라고 소홀하게 생각해 방치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유치에 충치가 생겨 아이가 통증을 느끼게 되면 아이는 한 쪽으로 음식을 씹게 돼 안면근육의 균형이 깨질 수 있고, 유치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정상보다 일찍 뽑게 되면 치열이 어긋나 영구치가 날 때 덧니가 되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수도 있다.

권지영 치의학박사는 “유치가 나는 생후 6개월에서 첫 돌 사이에 치과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건강하고 예쁜 치열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