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몸에서 환경호르몬 검출, 원인은?

입력 2011-12-22 11:01

[쿠키 건강]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는 숭고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산 후 ‘산후조리’라는 것을 할 만큼 우리나라는 임산부를 소중하게 여긴다. 때문에 얼마 전 임산부에게서 환경호르몬이 나왔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원인이 우리나라의 보험 체계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달 순천향대와 중앙대 공동 연구팀이 경기도 부천지역 임신부 32명의 소변을 채취해 환경호르몬 노출 여부를 검사를 한 결과 32명 모두에게서 프탈레이트가 나왔다. 당시 임산부가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어서 상당한 이슈가 됐다.

노출된 양은 소량이어서 임신부 자신에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태아였다. 내분비 교란 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태아에게 전해지면 성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탈레이트는 산업용 화학물질로 동물의 생식기에 기형을 일으키는 것을 비롯해 호르몬 장애 및 선천성기형, 천식, 생식계 장애 등과 관계돼 있다고 짐작되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있다.

지난 2009년 서울대 홍윤철 교수팀은 프탈레이트 노출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관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아이들에게 프탈레이트가 노출될 경우 상당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밖에 프탈레이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는 많다.

이 같은 프탈레이트가 임산부에 노출된 원인은 바로 임산부에 사용하는 링거줄이었다. 링거줄은 주로 PVC 재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PVC는 원래 딱딱한 물질이지만 가소제를 이용하면 부드럽게 된다. 이 때 사용하는 소재가 바로 프탈레이트다. 링거줄은 사용 용도가 환자가 계속 몸에 연결하고 있어야 하므로 상당량의 프탈레이트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유럽에서도 2013년부터 프탈레이트가 포함된 링거줄을 퇴출시킬 계획이다.

한편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링거줄은 공업용으로 허가받고 나오거나 시험단계에 있는 제품들을 제외하면 메디라인액티브코리아의 인퓨그린(INFU-GREEN)이 유일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