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규봉] 때늦은 사카린 부활

입력 2011-12-20 15:49

[쿠키 건강] 보건당국은 80~90년대 ‘발암 물질’ 논란이 일었던 사카린을 부활시켰다. 사카린은 가난했던 시절 비싼 설탕 대신 먹었던 감미료다. 식약청은 20일 소스 탁주(막걸리) 소주 추잉껌 잼류 양조간장 토마토케첩 조제커피(커피믹스)에도 일정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한 사카린을 쓸 수 있도록 행정 예고했다. 식약청이 사카린 규제를 푼 이유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사카린에 대해 유해하지 않다는 보고가 있은 후 해당 제조업체들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다.

하지만 사카린 제조업체들의 노력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소비자 사이에 유해성 논란은 여전하다. 건강하고 웰빙하면서 사는 요즘 유행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원재료 때문에 늘 원료 값 걱정을 했던 식품 업계만 봐도 식약청의 사카린 행정예고에 호감 적이진 않다. 업계관계자 대다수는 “사카린 원료 썼다가 소비자 단체들에게 또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무리수를 두냐”며 “원재료 값이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이미 유해성으로 낙인찍힌 재료는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 그게 요즘 유행”라고 입을 모았다. 정확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례로 커피에 쓰이는 화학첨가물 ‘카제인나트륨’ 논란도 하나마나한 얘기다.

그래서일까. 롯데제과,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일부 식품업체는 굳이 제품에 사카린 원료를 사용해 회사 이미지를 나쁘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후문이다. 사카린 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로 사용한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비싼 설탕을 대신할 아주 좋은 재료이지만 먹거리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즘, 때늦은 사카린 부활이 아쉽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