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시린 이, ‘칫솔질’이 문제

입력 2011-12-20 07:57
부드러운 칫솔로 바꾸고 미백치약은 금물

[쿠키 건강] 겨울철 칼바람을 표현할 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런 추위를 치아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마신 따끈한 차 한 잔에도 치아가 찌릿찌릿해 얼굴이 절로 찌푸려진다. 이럴 때 대개 칫솔질을 꼼꼼히 하지 않아서 생긴 풍치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는데 오히려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해서 생긴 것일 수 있다. 바로 치경부마모증이다. 치아 아래쪽이 V자형으로 파이는 것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치경부마모증, 세게 칫솔질 하면 오히려 심해져= 치경부마모증의 대표 증상은 찬 음식을 먹거나 찬바람을 쐴 때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새콤한 과일을 먹을 때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고 달콤한 케이크이나 초콜릿을 먹을 때 이가 시린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흔히 풍치라고 하는 잇몸(치주)질환과 비슷하다. 하지만 원인은 전혀 다르다. 치은염이나 치주염 같은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은 음식찌꺼기가 굳어서 생긴 치석이다. 치석이 잇몸 바로 위에서 쌓이기 시작하면서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비해 치경부마모증은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위가 닳아서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깎인 증상이다. 치경부마모증 때문에 이가 시린 것을 치주염으로 잘못 알고 더욱 세게 칫솔질을 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된 칫솔질, 심하면 발치할 수도= 치경부마모증은 대개 치아를 너무 세게 닦아서 생긴다. 이를 닦을 때는 칫솔을 위아래로 회전시키듯 움직여야 하는데 좌우로 강한 힘을 줘서 닦으면 치아 뿌리 쪽 표면이 닳아서 V자형으로 깎인다. 특히 치아의 아래 부분이 잘 닳는 것은 치아가 잇몸 밖으로 노출되는 부위의 법랑질이 가장 얇기 때문이다.

치아를 잘못 닦는 것뿐만 아니라 치아의 교합력이 너무 강한 것도 치경부마모증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딱딱한 사탕을 깨물거나 질긴 것을 씹고, 잘 때 이를 가는 등 강한 교합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치경부의 얇은 법랑질이 약해진다. 이때 강한 칫솔질을 반복하면 치경부마모증이 더 빨리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가 시린 증상이 한 번 나타난 뒤 치료될 때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경부마모증은 서서히 진행되다 나중에는 마모 부위가 점점 크고 마모의 깊이도 깊어져 결국에는 치아손실로 이어진다.

치경부마모증으로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손상되고 안쪽의 상아질이 노출되면 치아 손상은 더 빨라진다. 상아질은 법랑질에 비해 약하고, 치아 안쪽의 치수와 연결된 상아세관을 통해 염증이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통증도 매우 심해진다. 가볍게 봤던 시린 이 때문에 이를 빼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레진 치료, 심한 손상은 보철물= 치경부마모증 초기에는 레진이라는 치아 충진재로 손상 부분을 메운다. 만약 손상부위가 너무 작아 레진을 접착시키기 어렵다면 지각 과민을 덜어주는 약물을 도포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마모 정도가 크고 신경이 손상됐을 때는 치아뿌리에 기둥을 세워 보강한 뒤 보철물을 씌워 치아를 보호한다.

치경부마모증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이 닦기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칫솔모가 치경부와 잇몸 사이, 치아와 치아 사이에 살짝 들어가도록 칫솔을 45도 각도로 눕혀 가볍게 진동하듯 솔질 한다. 다음으로는 칫솔을 잇몸에서 치아 쪽으로 쓸어내듯이 닦는다. 치아 안쪽이나 앞니는 칫솔을 세워서 닦고 옆쪽은 치아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칫솔을 눕혀서 닦는다. 이어 어금니의 치아 윗면을 닦는다.

만약 치경부마모증이 시작됐다면 칫솔모를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고, 치약도 마모도가 낮은 것을 고른다. 일반적으로 투명한 치약이 마모도가 낮다. 미백치약은 치경부마모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피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도움말·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