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 여성이 남성의 3배 이유는?

입력 2011-12-19 11:31

[쿠키 건강] 겨울철 관절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80대 사이의 노년층에서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수술이 약 6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치료전문 세정병원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겨울에 수술 받은 노년층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50~80대 수술환자는 207명이었으며 남성은 71명(34.3%)인 반면 여성은 무려 136명(65.7%)에 달했다. 남녀 통틀어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수술한 질환은 퇴행성관절염으로 123명(59.4%)이었으며, 내외측반월상연골파열이 51명(24.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퇴행성관절염이 31명(25.2%)이었지만 여성은 92명(74.8%)으로 약 3배 높게 집계됐다. 이어 내외측반월상연골파열은 남성 18명(35.3%), 여성 33명(64.7%)으로 여성 환자가 약 1.8배 더 많았다.

이렇듯 겨울철에 퇴행성관절염이나 반월상연골파열 수술이 많은 이유는 급격히 낮아진 기온을 꼽을 수 있다. 추운 날씨는 뼈와 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굳게 만들어 관절통증을 심화시킨다. 또한 기온이 낮아질수록 체내 혈류량은 줄어들고 관절과 주변근육, 인대를 경직시켜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특히 여성의 경우 무릎을 오래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아 가사일을 하는 자세가 장시간 반복되면서 무릎에 비정상적인 압력이 전해져 퇴행성관절염이나 반월상연골파열이 초래될 위험이 높다. 이외에도 관절을 고려하지 않은 다이어트나 장시간 하이힐 착용, 출산, 부족한 근육량, 여성호르몬의 감소 등도 연골 약화를 가중시킨다.

고재현 세정병원 원장은 “여성은 과도한 다이어트나 출산, 근육량, 쪼그린 자세에서 하는 가시일 등의 생활습관으로 남성보다 관절질환에 더 취약한 편”이라며 “관절이 경직되는 겨울철에 기존에 앓던 퇴행성관절염이나 내외측반월상연골파열이 악화돼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퇴행성관절염, 관절 쑤시고 아파… 내외측반월상연골파열, 무릎 불안정한 느낌

퇴행성관절염은 관절부위가 닳아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연골의 퇴행성변화가 주된 발병 요인이다.

반월상연골파열은 관절액을 골고루 분포시켜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는 반월상연골이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이는 활동적인 운동 시 스포츠부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잦으며 나이 들수록 반월상연골이 탄력을 잃고 물컹해진 상태가 돼 노년층에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

두 질환 모두 방치하면 통증과 관절움직임 제한, 관절의 기형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될 때는 빨리 정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이 쑤시고 아프며 오래 걷거나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증상이 있다. 더 나아가면 아예 자리에 눕는 시간이 많아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새벽녘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기간 관절통증을 앓으면서 근력 약화로 다리가 ‘O자’로 기형화되거나 무기력증까지 초래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같은 단계의 퇴행성관절염을 앓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

반월상연골파열이 발병하면 무릎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며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무릎이 아프다. 무릎의 붓기가 심하거나 쪼그려 앉기 어려우며 ‘뚜둑’하는 관절 소리가 나기도 한다. 또한 걸을 때 관절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정함이 나타난다. 이 질환은 부상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증상이 낫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에 단순 타박상이나 염좌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방치하면 주변 연골조각이 조금씩 떨어져 나와 정상적인 연골이 동반 손상되고 퇴행성관절염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관절수술, 관절내시경 도입해 정확도 높여

증상이 심한 퇴행성관절염이나 반월상연골파열은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최근에는 관절내시경이 도입되면서 이같은 관절질환 수술에 대한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관절 부위에 4~5㎜의 작은 구멍 3개를 만들고 내시경을 삽입한 후 관절 안의 모습을 비디오 화면으로 보면서 진단과 직접적인 수술이 이뤄진다. 관절내시경으로 진단이 정확하고 절개가 필요치 않다는 점, 회복시간이 빠르다는 점,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관절내시경으로 마모된 연골에 구멍을 내 재생을 유도하는 연골성형술과 골천공수술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현저히 경감된다. 반월상연골파열은 손상 상태에 따라 관절내시경을 통해 연골판을 꿰매는 봉합술, 절제하고 다듬는 절제술, 새로운 연골판을 이식하는 이식술이 이뤄진다. 이식술은 환자의 약 90% 이상에서 좋은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시행 가능한 정형외과가 드물다.

이같은 관절내시경은 퇴행성관절염, 반월상연골파열 뿐 아니라 류마티스관절염, 통풍성관절염, 십자인대파열, 발목인대손상, 회전근개파열, 오십견, 충돌증후군, 석회화건염, 테니스엘보, 골프엘보 등 거의 모든 관절질환의 검사와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고 원장은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관절주사나 연골주사만을 고집하다가 병이 나빠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 경우 대부분이 관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놓쳐 보다 큰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초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