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지] 멸치 액젓 쏟아진 의협, 폭력으로 이룬 개혁은 의미없다

입력 2011-12-15 10:14
[쿠키 건강]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가 또 한 번 폭력으로 얼룩졌다. 지난 4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고성을 지르던 전국의사총연합이라는 단체에 의해서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지난 10일 임시총회가 열린 의협회관을 찾아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을 투척하고 발길질을 하는 폭력을 휘둘렀다. 당시 폭행을 당한 경만호 회장은 오른쪽 눈 주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서둘러 총회장을 빠져 나갔다.

전의총이 경만호 회장을 견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마노요양병원 운영이나 와인 사건 등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고소, 고발을 주도했던 단체다. 전의총 측은 이날 폭력을 행사한 이유를 선택의원제 통과라고 주장하며, 회원이 반대하는 제도에 대해 의협이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에 분노한다는 주장을 폈다.

임시총회 이후 노환규 전의총 대표는 의협 회장 선거를 공식화했다. 현재 의료계에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의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 최고의 지성이자 엘리트 집단으로 평가받는 전문직인 의사들이 때 아닌 폭력과 난투극의 원인이 변화와 개혁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의사협회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싶다면 정당하게 의견을 제기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분노에 찬 심정으로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순수한 의도였다고 해명하더라도,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계란과 멸치액젓이 날아들고 욕설과 고함, 몸싸움이 오가는 곳에서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폭력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의사협회와 전의총 당사자들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의료인들과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의사협회와 전의총 모두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단체, 의료인이 무엇인지 밥그릇 싸움이 아닌 진정한 변화화 개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논쟁과 토론은 환영받아야 하고, 그 목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길이어야 한다. 밥그릇 싸움이 전제된 대립각은 국민과 환자 그리고 같은 동료 의사들에게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