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칼럼: 변 잘 못 보는 아이 어떻게 ④]
글·최은영 부산서면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똥 모양을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 믿으실 수 있으실까요? 실제로 아이의 대변 모양과 양상에 따라 몸의 건강과 균형 상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똥 모양’이 아이 건강의 신호등이라고나 할까요? 동글동글 토끼똥이어도 문제, 크고 굵어도 문제, 작아도 문제…. 오늘은 우리 아이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똥 모양’과 변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동글동글 토끼똥- 소화기 식체로 힘들어요= 매일 대변을 보는 아이라 해도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식체(食滯)가 있다고 보는데요. 어느 정도 일정하게, 심지어 매일 대변을 보기는 하지만 변이 ‘토끼똥’처럼 나오면서 아이가 힘들어하면 식체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이럴 땐 변이나 방귀 냄새가 지독한 경우가 많죠. 진료실로 내원한 4세 은지가 있었는데요. 변비와 소화기 식체까지 함께 있어 2~3일에 한 번씩 힘들게 토끼똥 모양의 대변을 보고 있는 경우였습니다. 식체는 소화기의 첫 번째 역할인 소화를 시켜내는 것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한방적으로는 소화기 운동성을 돕는 약재를 주로 해 한약치료를 하게 됩니다. 토끼똥으로 고생하던 은지 역시 치료 후 소화기가 튼튼해지면서 하루에 한 번 씩 예쁜 변을 보고 있답니다.
◇굵고 크고 단단한 똥- 대장에 열이 많아요= 밥도 잘 먹고 아이도 튼튼한 편인데 유독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변이 딱딱하면서 굵기 때문에 항문을 통과해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경우죠. 제 조카 녀석이 두 돌 전 후로 이랬답니다. 대변을 보려고 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도하다가도 자꾸 실패를 했고, 항문이 약간 찢기면서 피가 나기도 했었지요. 화장실 변기가 막히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속열이 많은 아이로 특히 한방적으로는 대장(大腸)의 열기가 많다고 보고, 장의 열기를 식혀주는 약재를 주로 해 한약치료를 합니다. 속열이 많았던 조카 역시 지속적인 치료 끝에 변비가 사라졌습니다. 이 경우는 치료 이후에도 음식이나 생활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한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양이 적고 딱딱한 똥- 몸 속 진액이 부족해요= 변도 딱딱한 편인데 유난히 변의 양까지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아이 자체가 진액과 영양이 부족한 경우인데요. 속열도 있는 편이지만 그 열이 마른 열기가 돼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이 몸 속 전반적으로 촉촉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이는 물이나 음료도 좋아하고 활동적이지만 식욕은 부진한 편으로 밤에는 땀이 많고, 다리가 아프다거나, 잦은 열감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경우는 변비 뿐 아니라 영양부족으로 성장세를 잘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한방적으로는 음혈진액(陰血津液: 물기운과 영양)을 보강하면서 속열기를 내리고 소화기를 도와주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4~5일 이상 지나서 보게 되는 똥- 먹는 양이 유난히 적어요= 당연히 대변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변은 딱딱합니다만 변을 보는 횟수 자체가 유독 적을 때는 아이의 먹는 양 자체가 적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대변이 잘 만들어질 만큼의 식사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타고 나기를 비위(脾胃)가 약하게 태어나 먹는 양이 적고 조금 많이 먹었다 싶으면 잘 체할 경우 변비가 올 수 있습니다. 비위는 인체의 영양분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공장이 크기도 작고 부실한 것이지요. 당연히 기혈도 부족하고 이에 따라 성장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기혈을 보강하는 치료를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변비는 몸의 균형 상태 알려주는 신호등= 이 외에도 소아 변비는 여러 가지 양상이 있고, 또 실제 진료에서는 위의 경우가 복합된 상황이 많습니다. 중요한 점은 만성 증상이 대부분이고 돌 이후부터 서서히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돌은 우유에서 밥으로 주식이 넘어가는 시기이면서 장운동성이 약하거나 속열이 많아지는 등 아이 마다의 체질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변비로 고생하기가 더 쉽습니다. 만 3세까지는 일생 중 가장 성장이 빠른 급성장기로 그 사이의 변비는 성장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반드시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줘야 할 것입니다.
‘똥 모양’은 아이 건강 신호등
입력 2011-12-14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