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량성빈혈 환자, 유전자 절반만 일치해도 골수이식 가능

입력 2011-12-12 12:25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영국혈액학회지에 연구결과 발표

#. 15살의 나이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판정을 받은 김모군은 22살이 될 때까지 7년 동안 300회 이상의 수혈을 받고 각종 수혈 합병증에 시달렸지만 자신과 완전 일치하는 조직형이 가족 중에도 없었고, 골수은행을 통해서도 공여자를 찾지 못해 골수이식술도 받지 못한 채 힘든 투병 생활을 지속했다.

하지만 200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어머니와 동생으로부터 반(半)일치 골수이식을 받았고, 이식 후 2년이 지났지만 합병증 없이 완치되어 다른 친구들과 같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쿠키 건강] 치료가 어려워 난치병이라고 여겨졌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종양혈액과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이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반일치 골수이식술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 혈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난치성 혈액질환으로 평생 수혈이 필요한 질환이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를 기증해줄 공여자와 환자의 조직적합항원이 정확히 일치하는 골수이식을 통해서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을 가능성은 10명의 환자 중 1~2명에 불과하다. 가족 중 완전 일치자가 없을 경우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해야 하는데 타인과의 일치할 확률은 2만 명당 1명 정도다.

반면 서종진, 임호준, 고경남 교수팀이 연구한 반일치 골수이식술은 완전일치형 골수이식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 또는 형제로부터 유전형이 절반 밖에 일치하지 않아도 골수이식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식과정에서 면역 부작용을 일으켰던 문제의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도입해 이식 후 생착 실패나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이식 성공률을 높였다.

기존 완전 일치 골수이식술에서는 8개의 조직적합항원이 모두 일치해야 했지만 반일치 골수이식은 항원이 3개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다. 따라서 초기 백혈구 생착이 기존 2주 이상에서 10일 정도로 빨라졌으며 만약 생착 실패여도 즉각적인 2차 이식이 가능한 성과를 얻었다.

현재 2009년에 반일치 골수이식을 시행한 4명의 환자 모두 완치 후 평균 18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으며, 이식술을 받은 10명의 환자들이 완치돼 경과를 관찰중이다.

임호준 교수는 “적합한 공여자가 없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할 기회조차 없었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들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 완치를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혈액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