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
[쿠키 건강]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심장질환자들이 급증했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심장질환 중 하나인 협심증으로 숨진 사람이 최근 10년간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심장질환은 남의 일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생활 속 질병’인 것이다.
박성훈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판막질환과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등 심장 관련 질환 전문가이자 대가다. 박 교수를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박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평범한 의사 중 한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저 보통 의사로서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왔을 뿐,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기가 막힌 수술법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겸손해했다.
“전 제 자신을 한 번도 명의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우연에 불과하지만 인연이 닿아 제 환자가 된 사람들에게 진솔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치료한 것뿐입니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한 우물을 파는 것.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길에 이 이상의 길이, 또 이 밖의 길이 있을 수 있을까.
박 교수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시절 참여한 농촌봉사활동이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무의촌이 많아 몸이 아픈 사람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순수한 노동으로 봉사하는 것도 좋겠지만 의료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더 큰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 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된 첫 동기”라고 밝혔다.
“의사란 환자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직업입니다. 또 그렇게 배운 것을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고 그 과정을 통해 또 다시 배우고 성장하는 일의 반복이지요. 또 의사는 무엇보다 정신력이 강해야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관에 대한 박 교수의 답이다.
명의를 인터뷰할 때 거의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환자는 나의 스승이자 교과서’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이 성장하고 더 많은 배움을 얻는다는 의미도 있다.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의사일수록 실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의사도 사람이다 보니 최선을 다했음에도 자신의 환자가 죽음에 이를 경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사의 정신력이 약할 경우 다음 환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박 교수가 의사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심장전문의는 늘 긴장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느 때 급성심혈관환자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에는 급한 환자가 생기면 무조건 빨리 병원에 와야 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된 덕에 엑스레이나 심전도를 외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돼 보다 정확하면서도 빠른 처치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뜻하지 않은 오해도 받는다고 했다. 워낙 과묵하고 무뚝뚝한 성품도 원인 중 하나지만 사실은 시스템의 문제다. 환자는 의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의사가 하나라도 더 말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1시간에 많으면 30여명을 진료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 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느 환자에게나 공평하게, 또 가능한 한 편안하게 대하려는 노력만은 계속 하고 있다고.
“심혈관질환은 증상이 있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금연을 비롯해 고혈압의 효율적인 치료, 당뇨병 관리, 고지혈증의 예방과 치료, 적당한 운동, 짠 음식과 동물성 지방 섭취를 삼가는 등 식이조절이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했을 때는 동네병원에서 얼마나 빨리 환자를 이송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박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아 현재 6명에 이르는 심장내과 전문의, 다수의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최적화된 인력 구성을 완료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이대목동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심근경색증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지식과 노력으로 고귀한 생명을 구했을 때 가장 기쁘다는 박 교수는 앞으로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환자나 일반인이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의학적 상식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다음은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인 심근경색, 협심증, 고혈압에 대한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점은?
A. 협심증은 심장근육이 일시적인 허혈상태로 심장근육에 손상은 주지 않고 회복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심근경색은 이러한 심근허혈상태가 지속돼 심장근육의 일부가 죽은 상태(심근괴사)이기 때문에 다시 회복이 어렵고 진행되는 동안 부정맥 등으로 급사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돌연사의 주범 심근경색
Q. 심근경색은 어떤 병인가?
A. 심근경색이란 심장에 양분·산소 등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혈전(혈관 내에서 혈액이 응고된 상태)이 생기거나 관상동맥경화증 때문에 순환장애를 일으켜 혈액순환이 안 돼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경색되고 손상되면서 발작성으로 쇼크상태가 되는 심각한 심장질환을 말한다. 심부전이나 협심증과는 명확히 구분되며 치사율도 높다. 특히 중년 이후의 남성에게 많으며 관상동맥경화증 등에 수반되는 일이 많고 심신의 과로가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Q. 심근경색의 증상은?
A. 가장 중요한 증상은 가슴통증이다. 동맥경화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의 경우 가슴 한가운데가 눌리거나 조이는 듯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구토를 하거나 때로는 배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소리는 미약하고 맥박은 빨라지며 부정맥(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이룬다.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혈압 강하로 쇼크상태가 된다. 중증일 때는 발병 24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발작은 2~3일 이내에 진정되지만 자주 재발한다. 처음 발작 중 사망하는 경우가 20% 이상이고 수년 이상 생존하는 일은 드물다.
Q. 심근경색의 원인은?
A. 주된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또 계속되는 울혈성심부전과 고혈압이 심장근육에 부담을 주는 경우 발생한다. 이밖에도 드물게는 관상동맥색전증이나 경화성폐색, 관상동맥 손상이나 혈관염 또는 수술 후 쇼크나 심한 탈수증, 저혈압 등으로 관상동맥의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될 때에도 발병된다.
Q. 심근경색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A.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막힌 혈관을 빨리 다시 열어 죽어가는 심장근육을 살리는 방법이다.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방법은 약물요법과 관동맥중재술이라는 내과적 시술, 관동맥우회로술이라는 흉부외과적 수술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치료법의 선택은 담당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최근 치료법의 발달로 과거에 치료할 수 없었던 복잡한 질환이나 위험한 환자들도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Q. 심근경색의 경우 병원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던데.
A.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통증이 생긴 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가슴통증 발생 후 적어도 6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열어준 경우에만 생존율에 도움이 된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심근경색환자 대다수는 적절한 치료 후 발병 수 주 내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Q. 심근경색의 예방법은?
A. 심근경색의 일차적 예방은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같다. 동맥경화의 4대 위험인자는 흡연·당뇨병·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특히 흡연 여부가 중요한데 나이가 젊을수록 흡연 여부는 보다 중요한 위험인자가 된다. 그밖에 비만, 가족 중 동맥경화증 환자의 유무, 경쟁적 성격 및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위험인자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예방의 관건이다. 병이 발생한 후 흡연은 절대 금하며 고혈압과 당뇨병 조절은 물론이고 혈중콜레스테롤 수치 역시 정상 이하로 낮춰야 한다. 식이요법은 고혈압과 당뇨병,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행되며 수영·자전거 타기·조깅 등 적당한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협심증
Q. 협심증이란?
A.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 같은 이물질이 쌓여 혈관내벽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병을 말한다.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 가슴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협심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Q. 협심증의 주요증상은?
A. 협심증의 주된 증상은 가슴통증이다. 가슴을 쥐어뜯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며 숨이 막힐 듯 한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면 불안과 오한이 나타난다. 주로 가슴 중앙이나 왼쪽에서 시작돼 목이나 어깨, 또는 왼쪽 팔의 안쪽으로 퍼지며 간혹 턱밑이나 목구멍에 생기기도 한다. 통증은 2∼5분 정도 계속되는데 이런 증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Q. 협심증의 예방법은?
A. 순환기질환은 어떤 질환보다 예방이 가능하며 위험인자를 철저히 예방, 관리할 경우 50~60대에서 발생하는 조기사망률을 약 7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협심증은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사와 같은 치명적인 병이 생길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위험인자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연, 고혈압의 효율적인 치료, 당뇨병 관리, 고지혈증의 예방과 치료, 적당한 운동, 식이조절(짠 음식, 동물성 지방 섭취삼가)로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
Q. 고혈압이란?
A. 심장이 수축해 동맥혈관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의 혈압이 가장 높은데 이를 수축기혈압, 심장이 늘어나 혈액을 받아들일 때의 압력이 가장 낮은데 이를 이완기혈압이라고 한다. 수축기혈압이 140mmHg, 확장기혈압이 90mmHg 미만의 혈압을 정상으로 보며 이를 벗어나는 경우 고혈압이라 한다. 고혈압은 진단하기도 쉽고 치료법도 간단하지만 별 증상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Q. 고혈압의 종류는?
A. 본태성고혈압(일차성고혈압)과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고혈압이 있다. 본태성고혈압이 전체고혈압 환자의 85~90%를 차지하며 명확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유전적·체질적 요인이 많으며 비만, 스트레스, 운동부족, 염분의 과잉섭취, 영양불균형, 과다한 육체노동, 정신적이 흥분이나 긴장, 불안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차성고혈압은 ①신장질환 신부전 ②신장염 ③신혈관성 고혈압 ④내분비질환 부신 - 쿠싱병 ⑤갑상선질환 :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 ⑥혈관의 기형 ⑦약물섭취 - 피임제, 스테로이드, 마약 ⑧임신 ⑨신경질환 뇌압상승 등이 주요원인이다.
Q. 고혈압의 증상은?
A.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뚜렷하게 느끼는 자각증상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고혈압환자인지 모르고 있다가 합병증이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도 자주 혈압을 측정해 보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두통이나 어지러움, 어깨아픔, 가슴통증, 두근거림, 코피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는 이 증세와 혈압사이에 큰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
Q. 고혈압의 치료법은?
A. 고혈압 치료는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약물요법은 주로 혈압강하제를 사용하며 고혈압 치료는 평생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응증이 확실하고 효과가 우수하며 부작용이 적고 구하기 쉬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Q. 고혈압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섭다고 들었다.
A.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심하지 않은 고혈압환자도 치료받지 않고 7년~10년이 지나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고혈압의 합병증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노인보다 젊은이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약 30%에서는 동맥경화에 의한 합병증이, 약 50%에서는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TIP. 고혈압 예방과 치료법
1. 과체중인 경우 체중 조절(체중1kg 감소 시 2.5/1.5mmHg 혈압 강하)
2. 음주 제한(과음은 혈압을 올라가게 할뿐 아니라 약물효과 저해)
3. 규칙적 운동
4. 염분섭취 제한(하루 염화나트륨 6g 이하)
5. 금연
6. 카페인 섭취 제한
7. 포화(동물성)지방·당분 섭취 제한
8. 스트레스 해소
9. 충분한 수면
10. 원활한 배뇨·배변습관
11. 급격한 환경 변화 회피(특히 추운 겨울)
박성훈 교수 주요이력
전문진료 분야 :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동맥경화, 심장판막질환, 심방세동, 중재적치료술
(학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전공의 수료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 의학박사
주요경력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전공의
서울의료원 내과과장
미국 메이요 클리닉 심장학 연수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과장
현재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우리 시대의 명의] “심근경색, 얼마나 빨리 응급실로 가느냐가 관건”
입력 2011-12-12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