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생긴 머리 상처, 모발이식 수술 가능
입력 2011-12-07 18:24
[쿠키 건강] 머리에 난 상처는 두고두고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가발을 이용해 상처를 덮어보고자 하지만,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다. 머리 부분에 흉터가 있으면 모발이식수술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 개발된 머리 흉터 부위 모발이식 수술은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엔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은희철 교수와 오준규 임상교수가 참여했다. 모리치피부과의 오준규 원장은 “두피 흉터에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쏘아 두피조직의 재생을 유도한 뒤 모발이식수술을 시행한 결과, 이식한 모발의 80% 이상이 살아남아 성장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수술이나 화상으로 두피에 흉터가 생긴 경우 모발을 이식하더라도 모발이 살아남는 비율이 일반 모발이식 생존율, 약 90%에 비해 훨씬 낮은 20~60%에 불과했지만, 이 수술법으로 흉터 환자들의 모발이식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수술 방법은 먼저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두피의 흉터에 지름 1~2㎜, 깊이 4~5㎜의 상처를 3~5㎜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만든다. 4~8주가 경과한 후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만든 상처가 다시 아무는 과정에서 새로 혈관과 신경이 생성되고, 세포성장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등의 세포성장인자들이 분비되는 순간을 활용해 모발을 이식했다.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분비되는 성장인자가 모발 생존에도 영향을 미쳐 이식한 모발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으로 당시 연구진은 의학계에 보고했다. 권 교수팀이 당시 환자의 두피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사용한 쪽의 두피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혈관 생성과 성장인자 분비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술법에도 아쉬움이 있다. 큰 흉터에는 곧바로 적용할 수 없고, 모발을 빼곡히 이식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만족할 만한 수술결과를 얻으려면 두세 차례 걸쳐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오준규 원장의 설명이다. 또 두껍고 딱딱한 흉터에는 효과적이지만, 염증으로 얇아진 흉터에는 적용할 수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이 치료 수술법은 당시 피부과 최고 권위지인 ‘피부과학지’(Archives of Dermatology)에 게재됐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모발연구학회에서도 발표돼 한국 의학계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사진 제공=모리치피부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