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癌) 환자 통증관리 잘 하면 삶의 질 높아져”

입력 2011-12-06 15:27
서울시북부병원 조사결과, 통증 평가도구 이용 시 진통제 재투여율 감소

[쿠키 건강] #대학병원 암센터에서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서울시북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병실에 입원한 김모(70·남)씨는 “더 이상 적극적인 항암치료는 어렵지만 통증이 나타날 때 마다 제때 통증을 완화시켜주기만 해도 숨 쉬는 게 덜 힘들 것 같아요. 한 번 통증이 시작되면 미칠 것 같이 아파요”라며 하소연 한다. 하지만 김씨는 “조금 아프다고 자꾸 진통제에 의존하다보면 중독이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면 죽을힘을 다해 참다가 못 참으면 의사를 부른다”고 말했다.

말기 암 환자들은 김씨처럼 통증이 발생하면 최대한 참으려고 한다. 산고의 고통보다 더 한 통증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참으려는 이유는 진통제를 맞으면 중독될까봐 스스로 통증을 관리하는 약이나 주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짙어서다. 하지만 말기 암 환자들은 제때 통증관리가 안될 경우 심신은 더욱 쇄약해지고 우울감이 깊어져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통증을 느낄 때 적극적으로 통증을 표현하고 그에 따른 통증관리가 이뤄져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시북부병원이 ‘표준 통증평가도구 사용을 통한 말기 암 환자의 통증 조절 방안’마련을 위해 말기 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말기 암 환자의 64%가 자신이 느끼는 통증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의 통증 표현이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표현 등으로 인해 제때 진통제를 투여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표준 통증평가 도구’를 이용해 암 환자의 통증관리를 시행한 결과 환자의 통증 표현 수준은 18% 증가했으며 통증 관리 만족도는 64%에서 90%로 증가해 약 30%정도 높아졌다. 또한 표준 통증평가 도구 사용 전 2개월 동안 1502건의 진통제를 투여했지만 통증평가도구 사용 이후에는 1320건만 진통제를 투여해 약 1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준 통증 평가도구 적용으로 진통제를 적시에 투여한 결과 통증조절 실패로 인한 진통제 재 투여가 감소해 전체 진통제 투여 횟수도 준 것으로 파악됐다.

김윤덕 서울시북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과장은 “통증관리를 위한 주사제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중독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는 통증이 완화되면 투약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기 암 환자의 경우 통증 없이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통증 관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