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길병원 ‘의료외교’ 맞손

입력 2011-12-06 11:50

[쿠키 건강] 가천의대길병원이 키르기스스탄과 의료외교로 한층 가까워졌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어린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로자 오툰바에바 대통령이 한국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사는 아나쉬(2)와 페리잣(5)은 선천성 심장병인 심실중격결손증(VSD)을 앓고 있다. 심실중격결손증은 좌․우 심실 사이의 벽에 구멍이 나는 질환으로 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자라면서 심부전이나 심한 발육 부진, 폐동맥 고혈압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두 아이의 부모는 병을 알고도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운전기사인 페리잣의 아버지는 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 발이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일을 하러 나갈만큼 안타까운 처지였다.

아이들의 생명이 걸린 절박한 상황에서 페리잣의 어머니는 오툰바에바 대통령에게 자녀들의 치료를 도와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보냈다. 소식을 접한 대통령은 이들을 돕고자 키르기스스탄의 한국 고문으로 위촉된 조정원 대표에게 부탁했다. 조 대표는 길병원에 협조를 요청해 수술이 성사됐다.

11월 9일 입국한 어린이들은 14~15일 소아심장과 최덕영 교수의 진단과 흉부외과 박국양 교수의 집도로 수술을 마치고 2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현지 방송은 키르기스스탄의 시골 마을 아이들이 한국에서 새생명을 얻게 된 전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천의대길병원은 ‘박애, 봉사, 애국’이라는 설립 이념에 맞게 1996년부터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총 13개국 236명의 어린이가 길병원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이길여 이사장은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해외의 어린이들에게 새생명과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주게 돼 매우 보람되고 기쁘다”며 “앞으로도 길병원은 해외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해누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