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근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임재범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에서 임재범은 “내가 평범한 사람들 보다 성대가 커서 오픈 되는 순간 화력이 엄청나다. 적당히 하고 끝내면 되는데 한 시간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쓰러진 적도 있다. 또 몇 시간이고 노래를 해도 목소리가 쉬지 않는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과연 성대는 사람에 따라 그 크기가 모두 다른 걸까? 정말 가수 임재범은 여느 사람보다 성대의 크기가 매우 큰 걸까?
◇폭발적인 가창력 이유는?
성대는 후두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로서 후두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성대는 근육 위에 얇은 점막이 덮여 있는 끈의 구조를 하고 있으며, 좌우 쌍으로 위에서 보면 V자 모양을 하고 있다. 각각의 성대 후방에는 피열연골이라는 조그만 연골이 2개 있어 서로 성대와 연결돼 있다.
피열연골에는 여러 가지 조그만 근육들이 붙어 있어서 피열연골이 숨쉴 때는 멀리 벌어지게 해, 숨쉬는 길을 넓히고 말을 할 때는 피열연골을 가깝게 해 성대가 닫히게 만든다. 또 닫혀있는 성대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성대의 점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인두와 혀와 입술을 통해 나오면서 말이나 노래로 만들어 진다.
보통 남성의 성대크기는 평균 2㎝(초당 진동수 100~150회), 여성이나 어린이는 1.5㎝(초당 진동수 200~250회)로 남성이 진동수가 적고 성대가 커 음성이 낮고 굵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성대는 사람마다 조금씩 크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매우 미세한 정도다. 따라서 임재범은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성대가 크기 때문에 목소리가 크고 몇 시간씩 노래를 해도 목소리가 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임재범이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는 이유는 성대보다는 오히려 근육에 있다. 목소리를 낼 때는 성대 뿐 아니라 후두 주변의 50여 개의 근육을 포함 우리 몸의 약 400개의 근육이 동원된다. 노래 소리는 후두, 인두, 폐, 구강, 턱, 흉근, 복근의 복잡한 여러 단계의 상호작용을 거쳐 나오는 산물이다.
특히 후두는 소리 의 높낮이와 크기, 음색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며 후두 중에서도 성대는 음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성대에서 생성된 소리는 목, 입, 코 등을 통과하며 공명하고 변화를 일으켜 개개인마다의 특징적 음성으로 탄생한다.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한 쌍의 부드러운 점막과 근육으로 이뤄진 성대가 서로 잘 접촉해 균일한 진동이 일어나야 한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은 “높고 강한 음을 내려면 성대근육의 강한 접촉과 후두근육의 강한 작용, 그리고 폐에서 올라오는 공기의 압력이 강하게 올라오도록 작용하는 흉곽근육의 작용이 서로 강하게 작용할 때 이상적이고 폭발적인 목소리를 만들어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재범의 경우 이들 근육을 비롯해 후두 내 근육과 호흡근육의 훈련이 잘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 근육보다는 혀, 목, 턱밑 근육을 쓰는 경우가 많다.
혀 뒤를 누르거나 턱 밑에 힘을 줘 성대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당초 의도와 달리 성대의 자유로운 진동이 방해를 받아 좋은 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목을 조임으로써 공명감이 좋지 못할뿐더러 가사 전달력도 떨어진다. 우리가 흔히 ‘쌩목’으로 노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상황을 말한다.
◇발성패턴 이상 및 기능적 장애, 객관적 과학적 측정 가능
지금까지는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도 과학적, 객관적 진단 및 평가방법이 없어 일반적인 장비로 성대의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주관적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가 개발한 발성역학적다차원 측정기(MPES)는 발성패턴의 이상과 기능적인 장애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 이를 정량화 시켜준다. 이 장비는 뇌파검사 원리를 음성검사에 접목, 성대를 움직여 목소리를 내는데 사용되는 후두 주변의 50여 개의 근육을 포함 우리 몸의 약 400개의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발성과의 역학적 관계를 객관적으로 진단한다.
턱밑, 상후두, 하후두, 목 뒤쪽, 방패목, 흉쇄골 등의 근육 움직임과 음성신호와 심전도, 근전도 활동을 주로 검사한다. 이를 통해 노래나 발성을 할 때 불필요한 근육을 사용하는지, 또는 근육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지 여부를 통해 음역대의 변화, 음정의 불안감, 음 이행의 장애나 고음 및 저음을 지속할 때 장애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전문센터는 발성역학적 다차원 측정기를 통해 모두 11명의 오페라 가수(남 3명, 여 8명)의 발성 상태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임상연구 결과 불안정하게 피치를 올리고 노래 도중 불안정한 발음을 한 3명의 가수는 발성 시 불필요한 근육을 자주 사용하고 좌우 근육을 균형 있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잘못된 자세 및 습관으로 발성을 계속하다 보니 안정감 있는 발성이 이뤄지지 못하고 목소리 장애도 잘 발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목 뒤쪽 및 상후두 근육의 움직임도 일치하지 않았다. 아울러 고음이 지속될 때 목에 있는 다른 근육들은 활동이 뚜렷이 증가했지만 턱밑 근육의 근전도 활동은 고음여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김형태 원장은 “목소리 이상은 근육의 피로도 누적이나 근조절 장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이 시스템은 피검사자가 발성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정보를 통해 정확한 발성장애 진단과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치료 및 교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특히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을 부를 때 성대근육의 행동특성을 기술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발성역학적 다차원측정기가 클래식 노래의 발성근육 패턴과 성대 근육 사용의 실체, 호흡시의 운동학을 보완하는 평가 시스템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도움말=김형태 원장(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임재범과 같은 폭발적인 가창력 이유는?
입력 2011-12-06 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