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잦은 술자리 ‘귀’에서는 비명 소리 난다

입력 2011-12-05 10:26

내이 압력 및 혈액흐름 나빠져 이명 유발 가느성 높아져

[쿠키 건강] 연말이면 잦은 회식과 송년모임으로 음주량이 증가하게 된다. 과음이 건강을 해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청력’이다.

우리 몸의 청신경은 내이(內耳) 안쪽 깊숙이 미세한 혈관과 신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력 외에도 감각기능이나 균형감각 등을 복합적으로 담당한다. 이 때문에 청신경은 ‘청평형신경’ 또는 ‘제8뇌신경’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청신경이 매우 섬세한 구조다보니 과음, 과로, 스트레스, 혈액순환장애 같은 사소한 요인으로도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간에 과음하게 되면 혈압강하작용이 일어나면서 두부(머리부위)의 혈압을 높여 청신경 내 압력상승을 야기해 유모세포를 손상시키게 된다. 또 음주 후 수면 중에는 뇌의 신경을 자극하고 멜라민효소의 분비를 억제시켜 숙면을 방해해 피로가 계속 누적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러한 청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귀가 먹먹하고 ‘삐~’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생길 수 있다. 현재까지 이명의 발병기전이 현대의학으로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보니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다만 그 원인을 혈액순환의 이상이나 어깨와 목 사이의 특정근육(흉쇄유돌근) 경직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어 의료전문가들은 이를 악화시키는 과로나 스트레스, 짜게 먹는 식습관, 음주 등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의학에서는 이 중에서도 과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은 기미(氣味)가 모두 양인 무형의 물질로 과하게 되면 기를 거슬러 올라가게 해 체내에 열과 독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과음하면 머리 쪽으로 열이 몰리면서 상기(上氣)와 수해(髓海)가 부족해지고 귀 주변 혈액흐름이 나빠져 이명이 더욱 심해진다고 보고 있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과음한다고 누구나 이명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마다 선천적인 체질과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폐(肺), 비(鼻), 신(腎) 등의 장부기능에 조금씩 차이가 난다”며 “만약 평소 야근과 과로를 자주하고 만성적인 피로와 위장장애를 많이 느낀다면 신장기능이 약해져 있기 쉽고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머리부위에 상열감이 커진 심화단계가 상당히 진행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음하면 이명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술자리 후 실제로 이명이 생겼다면 장부기능의 손상과 면역력 약화의 시그널로 보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치료를 받는 편이 현명하다. 치료는 먼저 머리에 몰린 열을 내리고 손상된 청신경을 재생시키며 장부기능을 바로 잡아 면역력과 전신의 기혈순환을 정상화 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머리와 귀에 집중된 상열감은 청열한약을 이용해 완화시키고 우황, 웅담, 사향 등을 추출한 약침을 직접 혈자리에 주사해 청신경의 손상부위를 회복시킨다. 이와 함께 장부의 허실에 따라 한약을 처방하는 체계적인 치료가 진행된다.

술자리를 거절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평소 면역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관리방법을 강구해 이명을 예방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변 원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유산소운동, 등산, 산책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고 시간이 없다면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자주하고 반신욕을 통해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머리와 귀에 몰린 열을 분산시키는 상심자, 여정실, 오미자, 숙지황 등의 약재를 차로 만들어 꾸준히 음용하는 것도 이명예방에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