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센터]세계 최고의 의료를 꿈꾼다, 길병원 뇌건강센터

입력 2011-11-23 13:46

건강수명 시대… 조기 뇌 검진 통한 예방이 중요

[쿠키 건강]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이 중요한 시대다. 병원 신세를 지거나 약에 의지해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시대가 됐다. 뇌는 1300㏄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 그러나 뇌 검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뇌에 이상이 생겨야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뇌는 이상이 생기면 이미 몸에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에 위협을 준다.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전체의 15.6%를 차지한다. 고령자가 증가할수록 뇌졸중과 치매 등 뇌신경계질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뇌는 한 번 이상이 생기면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 의존해야 하고 회복 또한 어렵다. 따라서 뇌도 정기건강검진을 받아 뇌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임상과 연구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길병원 뇌건강센터는 뇌과학 연구와 환자의 사례를 연결해 협진시스템 그 이상의 이행의학을 꿈꾼다. 뇌건강센터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뇌 속을 손금 보듯 하는 7.0T MRI를 보유하고 있다. 뇌과학연구소 연구진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다. 현재 15.0T MRI 도입도 진행 중이다.

윤방부 뇌건강센터장(가정의학과·사진)은“뇌는 조금만 손상을 입어도 신체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화된 센터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길병원은 뇌과학연구소와 연계해 뇌 관련 연구성과를 치료에 접목하고, 치매나 중풍, 파킨슨병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자가진단표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뇌 검진은 뇌혈류검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두개골 안의 초음파와 뇌혈관을 지나는 혈액의 속도와 방향을 측정한다. 뇌혈관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해상도가 높은 MRI가 필요했고 MRI의 세밀함을 좌우하는 필수장비 ‘코일’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환자 진료를 위해 연구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또 신경과·신경외과·정신과·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심리학 분야의 전문의가 통합진료를 시행한다. 환자 1명 당 4시간이 훌쩍 넘는 진료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다방면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2009년에는 뇌건강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겉모습만 화려 No! 내실도 탄탄

뇌건강센터는 겉모습만 화려한 것은 아니다. 2009~2010년 1년 동안 뇌건강센터에서 검진 받은 913명 중 80%에서 크고 작은 뇌질환이 발견됐다. 기억력 저하를 호소한 185명의 뇌를 뇌영상장비로 검사한 결과 이들 중 60명(32.4%)에게서 뇌혈관의 일부가 막히거나 좁아져 있어 조기치료가 시급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뇌혈관이 일부 막힌‘뇌경색’환자가 101명으로 가장 많았다. 뇌경색은 방치하면 급성뇌경색이나 치매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윤 센터장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뇌질환을 예방하려면 40세 이상은 1년에 1~2번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뇌건강센터만의 특화 검진이 입소문을 타자 호주, 브라질, 미국, 일본 등에서도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1년에 700여 명의 환자가 방문하는데 이 중 20%가 외국인 환자다.

윤방부 센터장은“환자 1명 당 4~5시간을 들여 진료한다. 병원 수익을 내기보다 환자 한명, 한명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평생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를 뇌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5성급 호텔 같은 공간에서 전문의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고 검진자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목표는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최초·최고’

이제 갓 2년을 넘긴 가천의대 길병원 뇌건강센터는 국내 의료기관과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바라보고 있다. 센터 개소 때부터 세계와 경쟁하겠다며 세워진 길병원센터는 뇌과학연구소와 더불어 윈윈효과를 노리고 있다.

윤 센터장은“길병원 뇌건강센터는 평범함이 아닌 비범함을 바라본다”며 “세계는 점점 고령화가 진행되고 언젠가 인류의 뇌 질병이 문제가 됐을 때 대한민국의 길병원이 최고의 센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랜 시간을 들여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 후 의료진 6명과 환자가 한 자리에 모여 모니터를 보며 자신의 상태를 듣고 함께 토론해 나간다. 이런 진료방식 또한 길병원의 특화된 방식이다.

끝으로 윤 교수는“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는 뇌건강 전문센터가 없기 때문에 시작이 빨랐고, 빠른 시작만큼 앞서 나갈 수 있다”며“지금 당장 수익과 성과보다 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잠재된 환자들이 뇌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