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식품도 세균오염 대비 필요”

입력 2011-11-22 22:51
[쿠키 건강]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이 급증하고 식품의 오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유기농은 세계적으로 연평균 20% 정도 성장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매년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여름 수십명의 사망자를 내며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장출혈성대장균의 오염원이 유기농 채소로 의심되는 등 유기농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알려지게 됐다. 더구나 미국에서 실시된 식품원인질병 조사에 따르면 식품오염의 90%가 세균이고 6%가 바이러스, 3%가 화학물질로 드러나 생물학적 위해(危害) 요소에 의한 식품의 위험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은 일반적으로 위해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사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았거나 덜 쓴 유기농산물을 기피할 이유가 되지는 못 한다. 그럼에도 ‘유기농은 안전하다’는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같이 유기농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최근 전문가들을 초빙해 ‘유기농식품의 안전성’이란 주제로 세균 감염과 같은 생물학적 위해성에 취약할 수 있는 유기농식품의 생산단계와 유통, 소비단계에서의 오염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열린 워크숍에서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는 “유기농식품은 생산과정에서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의 사용, 오염된 관개수와의 접촉, 신선과채류의 특이한 표면구조, 농산물 표면 부착성이 강한 미생물의 특성 등에 따른 원료의 분변오염 등으로 인해 생물학적 위해에 취약할 수 있다”며 “특히 생물학적 위해요소는 화학이나 물리적 위해요소와 달리 살아있기 때문에 시간 경과에 따라 증식하는 만큼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형진 박사(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는 “유기농식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지만 유해 미생물이나 곰팡이 독소 등 유해물질이 유기농식품에 더 많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면서 “유기농식품은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무농약, 저농약 식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엄격한 원료와 생산기준 등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지 박사는 또 “유기농은 단순히 무농약, 무비료 농업이 아니라 농업생태계의 건강증진, 생물 종의 다양성 유지, 생물순환 및 생물활동 증진을 위한 총체적 농업체계로 전지구적 환경·에너지·식량 위기문제에 대처할 대안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애경 박사는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유기농식품을 ‘오가닉(0rganic)’이나 ‘바이오(Bio)’ 등으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유기농’ 식품과 ‘무농약’, ‘저농약’ 식품 등의 용어가 비슷한 것처럼 혼용되고 있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인증마크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공정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없이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만 적합하면 ‘유기’라는 표시가 가능한 현행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유기농식품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과장광고나 허위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검증된 제품을 구입해 항상 깨끗하게 씻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유기농식품 선택요령 10가지]

1. 정부가 공인하는 유기농산물 인증마크를 확인한다. 자연식품, 천연식품, 바이오식품 등의 명칭과 혼동해 사용되고 있지만 유기농식품은 이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는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인증마크 아래 있는 등급 표시를 확인하면 된다.

2. 세계적 인증기관의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인증마크를 알아둔다. 국산 유기농산물은 반드시 국내 인증을 받아야 유기 표시 및 판매가 가능하지만 가공용 유기농산물은 국내 인증을 받지 않고 외국의 인증만으로도 유효하고 이를 원료로 가공된 식품은 유기가공식품으로 표시 및 판매가 가능한 만큼 독일의 BiO, 일본의 JAS, 영국의 SOIL-ASSOCIATION, 미국의 USDA, CAAE, ACO, IFOAM 등 해외 인증을 받은 제품이 많아졌다. 제품 포장 뒷면의 원산지 표시도 반드시 확인한다.

3.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 원료 함량을 확인하고 사용된 원료를 전부 표기한 제품을 고른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우수식품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goodfood.go.kr)에서 유기가공식품 인증 여부를 조회해 볼 수 있다.

4. 가공 과정까지 꼼꼼히 따져본다. 원료가 유기농이라도 제조과정에서 식품첨가물을 많이 쓰거나 다른 비유기농 원료와 같은 시설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한다.

5. 생협, 한살림 등 유기농 전문매장이나 믿을 만한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의 제품을 구입한다.

6. 유기농 채소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미생물이나 오염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씻어 먹는다. 유기농식품에는 방부제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하거나 벌레가 끓기 쉽고 그만큼 미생물 번식도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식품을 필요한 만큼 소량씩 구입하는 것이 좋다.

7. 친환경 달걀은 반드시 냉장유통, 보관 및 포장판매가 의무다. 소비자는 계란의 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장판매까지도 잘 관리되고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8. 친환경축산물 유기축산물인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 제품’을 구입한다.

9. 과장광고 또는 ‘내추럴’, ‘천연’, ‘퓨어’, ‘프리미엄 오가닉’ 등의 제품명을 붙여 유기농인 것처럼 판매하는 제품을 주의한다.

10. 유기농이라고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한다.

<소비자시민모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