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갈 일 잦은 어르신, 질환 후 합병증 폐렴 주의

입력 2011-11-22 15:12
[쿠키 건강] 폐렴은 노인 및 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통계청의 2010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전년 대비 17% 증가해, 폐렴은 총 사망원인 순위 중 6위에 이르렀다. 연령별 사망원인 순위에서는 60대가 9위, 70대가 7위, 80세 이상이 4위를 차지해, 고령자일 수록 폐렴에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노인 대부분(90.9%)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고혈압, 당뇨병, 암 등의 질환 유병률도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속히 증가되고 있다. 특히 병원에 입원·수술하는 노인들은 폐렴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질환으로 인해 이미 신체기능 저하 및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폐렴 합병증으로 치명적인 결과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등 고위험군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치명적인 폐렴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요양원 거주자 및 퇴원 전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폐렴구균백신 접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질환, 폐렴으로 이어져…어르신 병원갈 땐 폐렴 예방주사 챙겨야

일반적으로 폐렴의 큰 위험인자 중 하나는 연령으로, 고령자에서 발생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의 90%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그런데 고령인데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합병증으로 오는 폐렴은 더 치명적이다. 이를 테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폐렴 발생률이 1.3~1.8배 더 높고, 입원할 가능성은 제 1형 당뇨병에서 4.4배, 제 2형 당뇨병에서는 1.2배나 높다. 고령, 면역력 저하, 간기능장애나 신부전 등의 다른 만성질환이 동반 등이 그 이유이다.

병원에 입원 및 수술한 환자에게도 2차 합병증으로 폐렴이 찾아올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대개 고령인데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신체기능 저하 및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수술 후 폐렴 등 폐 합병증은 심장 합병증보다 흔하고 술 후 입원기간 연장 및 사망률을 높이는 중요한 합병증이다. 국내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수술 후 폐 합병증이 발생된 경우는 11.1%에 이르렀으며, 평균입원기간은 수술 후 폐합병증이 발생된 군에서 평균 34일, 발생하지 않은 군에서 17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폐렴은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요로감염, 차창상감염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원내감염이며, 모든 원내감염의 약 15%를 차지하고, 원내폐렴의 사망률은 20~50%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졸중 의 경우,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렴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17~21.6%에서 발병한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뇌졸중 후 사망원인의 약 30%를 차지하며 30일 이내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최근 국내 연구에 의하면, 뇌졸중 치료실에 입원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 635명 중 뇌졸중 후 폐렴발생비율은 10.6%(67명)에 달했다고 보고됐다. 또한 연령이 1세씩 증가할수록 폐렴 발생률은 1.05배 높아지고, 재원기간이 하루 늘수록 폐렴 발생률은 1.0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고령자일수록,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길수록 폐렴에 대한 대비책이 미리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성신질환자나 골절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들 역시 수술 후 폐 관련 합병증 및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9년 국내 연구에서 만성 신질환 환자 중 대퇴부 경부 및 전자간 골절로 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1개월 간 합병증과 사망 발생빈도를 분석한 결과, 수술 후 합병증 중 가운데 폐부종, 폐렴, 급성 호흡부전 등의 호흡기 합병증이 35.6%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사망의 원인은 폐렴과 패혈증에 의한 경우가 많았으므로 감염에 주의를 당부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당뇨병,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나 암 발생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 폐렴구균성 질환이나 합병증은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어 65세 이상 노인 및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성인용 폐렴구균백신은 23가로, 만성질환자(당뇨병,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자 등)에서 65~84%의 예방효과가 있다 고 보고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에서 대개 한번만 접종하면 되므로, 임상적으로나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성인 폐렴구균백신으로는 프로디악스23이 있으며, 90여 종류의 원인균 중에서 폐렴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23개 폐구균항원을 함유하고 있어 예방범위가 넓다.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할 경우 만성질환자(당뇨병,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자 등)에서 65~84%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폐렴구균백신 접종 환자는 미접종자와 비교하여 치사율 또는 중환자실 입원률이 무려 40%나 감소한다.

하지만 폐렴구균백신의 이러한 예방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성인 고위험군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2004년과 2005년 65세 이상 노인에서 63.4%, 63.7%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은 0.8%로, 미국 접종률의 약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병원 입원환자 대상 폐렴구균백신 접종체재 마련, 예방접종율 높여 입원·사망률 감소에 기여

노인질환의 합병증으로 찾아오기 쉬운 폐렴을 막고 예방접종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폐렴구균백신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입원환자 대상의 예방접종이 전염병학적으로 합리적이고 비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은 이미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건복지부는 21세기 양질의 의료 서비스 향상 및 간호의 기본원칙으로서 퇴원 전 폐렴구균백신 접종을 기본 방침으로 지정하고, 2001년 국가의료서비스 증진계획을 공표하였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연구팀이 퇴원 전 폐렴구균성 백신 투여를 목적으로 예방접종 체제 향상을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모니터링한 결과, 2005년 34.7%에 불과했던 환자들의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은 2년 후 90% 이상 증가했다.

효율적으로 조직된 병원기반의 예방접종 체제는 불필요한 입원 및 사망률을 방지해 준다.

최근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일본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요양원 거주자에게 23가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할 경우 폐렴발생율을 낮추고 폐렴구균으로 인한 사망률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1006명의 요양원 거주자를 23가 폐렴구균백신 투여군(502명)과 위약군(504명)으로 나누어 비교연구한 결과, 위약군이 백신투여그룹보다 폐렴발생율은 65% 가량 높았고, 폐렴구균성 폐렴발생율은 2.5배 가량 높았다. 또한 폐렴구균성 폐렴에 의한 사망율은 위약투여그룹에서 35.1%가 발생한 반면, 백신투여그룹에서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갑 교수는, “병원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은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수술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망원인이 2차 합병증 폐렴으로 인한 것인만큼, 입원 중이나 퇴원 전 고위험군에게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면 향후 불필요한 입원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면역력 약화로 기저질환이 악화되거나 골절 등의 사고가 많아지는 겨울에는 합병증으로 폐렴이 빈발할 수 있으니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11년 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서 발표한 성인백신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뿐 아니라 양로원 혹은 요양원 장기 거주자 및 의료종사자에게도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