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 괴롭히는 화병, 신체 질환으로 악화 가능

입력 2011-11-21 17:05
[쿠키 건강] 무덥고 습한 날씨가 물러가면서 찬바람 부는 겨울이 왔다. 여름 동안 들떠 있던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때로는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최근 밥맛도 없고 힘도 없으면서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하는 등 전형적인 화병(火病)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울화가 치민다’고 표현하는데 참았던 울화, 분노 등이 쌓여 있다가 폭발하면서 다양한 증상으로 표현되는 문화특이증후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화병 환자 중 90% 이상이 중년 여성일 정도로 화병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화병은 특별한 외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기 쉬운데 이럴 경우 자칫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90% 이상 중년 여성= 화병 환자의 90% 이상은 중년 여성이다. 혹자는 ‘한국 중년 아줌마 중에 화병 없는 사람도 있냐’는 소리를 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화병의 원인은 아시아권에서 특히 강한 아들 우대, 가난했던 과거, 시집살이의 풍토 등으로 볼 수 있다.

또 육아 및 자녀교육은 주부가 책임져야 하고 자식이 잘못될 경우 모두 뒤집어쓴다는 피해의식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화병에 잘 걸리는 성격은 고지식하고 양심적이며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직장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남성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마음의 병, 신체 질환으로 악화 가능= 화병의 주요 증상은 얼굴 화끈거림이나 등의 열기, 입마름,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 등이 있다. 목과 가슴에 덩어리가 느껴지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두통과 어지럼증, 손발 저림이 동반되기도 한다.

화병은 불면증과 고혈압, 중풍, 당뇨병, 비만, 관절염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과민성 대장염, 만성 위염, 위궤양, 두통, 귀 울림 등의 신경성질환과도 밀접하다. 마음의 병으로 알려진 화병은 신체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 질환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 동반돼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화병 치료는 소량의 우울증 치료제나 항불안제제 등의 약물치료와 정신 치료로 나뉜다. 간혹 환자들은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자신의 억울하고 속상한 감정을 제대로 호소하는 환자들에 비해 예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원정 교수는 “화병은 주로 10년 이상 감정표현을 못하고 지내다가 나이가 들고 심신이 약해지면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며 “자가진단 테스트 중 2~3가지 이상 체크가 되는 경우에는 화병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iimedia.co.kr

◇화병 자가진단 테스트= 이 중 2~3가지 이상 체크가 되는 경우에는 화병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 상담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1.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자주 깨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아서 멍하다
2. 예민하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3. 머리가 아프다
4. 소화가 잘 안 된다
5. 숨찬 기운이 올라오거나 숨이 차다
6. 화가 나면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온 몸에 열이 나면서 발끝까지 뜨겁기도 하다
7.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벌렁거린다
8.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다
9. 명치 끝에 돌덩이가 뭉쳐 있는 것 같다
10. 혓 바늘이 돋고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다
11. 아랫배가 고춧가루 뿌려진 듯 따갑고 아프다
12. 목 안에 뭔가가 꽉 차 있거나 걸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