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외과)
[쿠키 건강칼럼] 비만이 질병인가 아니면 단순히 살이 쪘다는 것인가? 이제 이런 논쟁은 무의미해 보인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모두 말로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것이 현실이다. 실제 비만치료의 80%는 병원에서 치료 형태가 아닌 일종의 민간요법처럼 의료 이외의 범주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없이 많은 다이어트 성공사례, 다양한 살 빼기 TV프로그램, 서점 한 쪽을 꽉 채운 책들. 정말로 많다. 왜 그렇게 많을까? 이는 비만에 대한 이해의 출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쪄” 꼭 틀린 말이 아니다. 그 이유가 바로 비만 원인의 70% 이상이 개인의 잘못이나 생활습관 때문이 아닌, 선천적 혹은 후천적 유전적인 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비만인 경우, 성장기를 통해 다양한 음식들에 노출되면서 비만을 악순환 시키는 유전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신체 대사(흔히 기초대사량이 불린다)를 조절하는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식욕조절 및 포만감을 조절하는 렙틴(지방세포에서 분비)과 그렐린(위에서 분비)의 변화로 더 많은 량에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조절이 어려워지는 후천적 유전적인 변화가 고도비만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쉽게 살이 찌는 것이며, 혹 어느 정도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해도 이후 무섭게 요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유전적인 원인을 들지 않더라도 비만과 그 인과관계가 잘 알려진 질병들이 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절질환, 수면장애, 생리장애, 유방암, 대장암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고도비만인 경우 대사증후군의 발생위험이 1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또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이런 질병들은 체중을 줄이면 같이 좋아지는 결과를 보인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결론을 내리면 이렇다. 원인 면에서도 또 그 치료 결과 면에서도 비만은 엄연한 질병이다. 위 그림(사진 참조)은 2009년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비만바로알기''라는 책자에서 발췌한 것이다.
보는 바와 같이 비만에 따라오는 질병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질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당뇨, 심장질환, 수면장애 및 여러 암 등은 단순히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넘어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비만치료를 의료의 범주 내로 이끄는 노력이 절실할 때이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