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고, 또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삶을 마무리할 시기가 올 때까지, 우리는 사는 것 자체로 너무 바빠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제대로 바라볼 겨를이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결국 살고 있는 인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또 제대로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삶!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고민을 주민들과 함께 찾고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노원구 보건소입니다.
즐거운 인생을 찾겠다고 방문한 보건소에서 열리는 강좌가 <나의 장례와 장묘>라니... 놀라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현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보고, 또 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겠죠. 노원구보건소의 “아름다운 인생여행”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Q) “아름다운 인생여행”...일반 보건소에서 하는 사업과는 좀 다른데요.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어떤 계기로 이런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나요?
A) 저희가 몇 년 전부터 이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하고, 노년에 대해 삶의 의미를 조금 더 강하게 부여해서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게 우리 사업의 취지고 목적입니다.
Q) 강좌 소개를 부탁드려요.
A) 핵심주제가 내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론 웰다잉에 관련된 또는 웰빙하기 위한 그런 핵심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만, 전체적인 교육과정의 큰 틀은 삶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봄으로 인해서 웰빙하기 위한 그런 쪽에 큰 목적이 있겠고요.
만 45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강좌이다 보니, 대부분 어느 정도 인생의 굴곡을 겪은 분들이 많은데요. 강의를 듣다보니, 살면서 힘들었던 일 또 즐거웠던 일들이 스쳐가는지 자못 진지한 표정들입니다.
Q) “아름다운 인생여행”과 같이 죽음을 제대로 보고,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우리가 이제 일반적으로 죽음이라든지 장례, 상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긍정적으로, 또 가치 있는 일로 생각을 해고자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나의 장례와 장묘>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바로 <입관체험>인데요. 이미 “아름다운 인생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충분히 되돌아보고, 또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연습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실제 장례에 쓰이는 관을 마주하고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네요.
Q) 막상 이렇게 관을 보고, 들어가본다고 생각하니까 어떠세요?
A) 진짜 죽는 것 같아요. 서글퍼요.
Q) “아름다운 인생여행”에서 입관 체험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우리가 죽음의 문턱으로 가 볼 수 있는 그러한 계기가 되는 것이 한 번 입관을 해보고 유언장을 한 번 써보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내가 정말 의외로 발견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집착, 또는 분노, 그 다음에 미리 가족들을 많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하여튼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새록새록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웰빙하기 위한 역설적인 접근으로 이런 입관체험과 유언장 작성을 진행해보는 것입니다.
조심스레 수의를 입고 차례대로 관 속에 누워봅니다. 관 뚜껑이 덮히고 잠시 후 관이 열리면 다시 세상으로 나옵니다. 아주 간단한 체험이지만 마음속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네요.
Q) 막상 이렇게 관을 보고, 들어가 본다고 생각하니까 어떠세요?
A) 참, 살아 있는 채로 들어가서 느낌이 조금 그렇지만, 내가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잠깐이지만 살아온 과정이 연상되고 또다시 태어난다면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Q) 막상 이렇게 관을 보고, 들어가 본다고 생각하니까 어떠세요?
A) 살아 있는 동안 생각을 달리하고 좀 더 건실하게 살아야겠다,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입관체험을 끝내고 나온 사람들은 유서를 써보는데요. 분위기에 흠뻑 취해 진지하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갑니다.
Q) 입관체험 하고 난 후 느낌은 어떤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는지?
A) 이런 경험을 젊었을 때 중간마다 한 번씩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각오도 달리하고, 특히 자식들한테는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보니까 아쉬운 것이 상당히 많아요.
내가 쌓아온 것들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아름다운 인생여정”은 단순히 죽음이라는 절차를 어떻게 잘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 안에서 죽음을 인정하고 더 잘 준비함으로써 지금을 더욱 값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Q) 최종적인 “아름다운 인생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A) 인간이 죽음 앞에 직면해봤을 때, 정말 역설적으로 참 남은 인생을 더 의미 있고, 더 행복하고 더 긍정적으로 설계된다는 실험 연구와 또는 그, 여러 논리적인 전개를 제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3회 마지막까지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 웰빙하기 위한 그런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겠습니다.
단순한 건강검진이나 기초적인 보건 교육에서 벗어나서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원구보건소.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인생여행”과 같은 프로그램도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웰빙’만큼이나 중요하게 떠오르는 ‘웰다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으로 주민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노원구보건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