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무리 기념일이지만 소비자가 봉은 아니잖아”
빼빼로데이 대목을 맞아 식품·제과업계의 지나친 상술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겉포장만 요란하고 정작 먹을 것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빼빼로데이 빼빼로는 ‘속빈 강정’이란 얘기다.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제과·유통업계들은 앞 다퉈 빼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빼빼로데이는 1천년 만에 한번 온다는 ‘밀레니엄’이란 의미를 앞세웠다. 당연히 마케팅도 밀레니엄급이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런 장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래저래 묶음 빼빼로 가격만 수만원을 넘는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그래서 작은 정성이나마 빼빼로에 담아 마음을 전하려던 예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사실 빼빼로데이 자체도 관련 업계의 지나친 상술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에 소비자만 놀아나는 꼴이다.
9일 퇴근 무렵 상암동 홈플러스에 들른 직장인 김호철 씨는 빼빼로 판촉행사를 접하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김씨는 “무늬만 그럴싸하게 포장해놓고 정작 먹을 게 없다”며 “서민물가가 아무리 천정부지라지만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빼빼로 판촉행사 매대(賣臺)를 지나가는 소비자 대다수도 김씨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업계는 마치 설 대목 도로 위 과일장사들 경쟁하듯 너도 나도 열을 올린다. ‘이때 아니면 못 팔아’ ‘대목에 매출 안올리면 또 언제 올려’라는 거다. 바쁘니 말도 시키지 말라는 분위기다.
이미 업계 상술을 알아버린 소비자가 과연 뜻대로 매출을 팍팍 올려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빼빼로데이인 11일이 지나 매출을 집계해보면 결코 업계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비싸거나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이 기념일은 챙겨야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엔 간혹 잘못된 정보나 소문 때문에 억울한 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그때마다 출입기자로서 식품업계를 대신해 진상을 밝혀주고 소비자에게 오해가 아닌 이해를 구했다. 업체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소문이 진실이 되고 그로 인해 관련 제품이 불신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서는 소비자들의 성난 반응 앞에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책임은 신뢰를 잃은 업계에 오롯이 돌아가게 됐다. ckb@kmib.co.kr
[기자의 눈/ 조규봉]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밀레니엄급 상술
입력 2011-11-10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