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갈무리하는 겨울의 시작

입력 2011-11-08 07:18

글·권동호 동작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거리의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 예쁜 요즘이다. 달력을 보면 작은 글씨로 11월 8일이 ‘입동(立冬)’이라고 쓰여 있다. 가을치고는 아직도 따뜻한 편인데 겨울이 시작된다니 약간 의아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입동이라고 해서 바로 겨울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입동이 되면 하늘에서 히터를 끄고 에어컨을 트는 시기로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올해는 모기나 하루살이 등 날벌레가 늦게까지 극성인 것을 보면 절기가 평년보다 늦게 오는 편이다.

◇입동,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입동이 지나면 동물들이 동면을 준비하고 산과 들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가기 시작한다. 어머니들은 배추로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추위에 대비해 겨울 옷 장만을 하고 집을 수리하기도 한다. 우리의 몸도 입동이 지나면 겨울에 대한 채비를 하게 된다. 더울 때는 땀구멍이 열려 있지만 추위가 시작되면 피부가 두터워져 땀도 덜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속에는 열이 생기고 겉은 찬 ‘이열외한’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여름철 겉이 덥고 속이 찬 것과 반대다. 겨울에 동치미를 만들어 마시는 풍속과 여름에 삼계탕을 먹는 것은 겨울 속열을 풀고 여름 속을 데우는 조상들의 지혜다.

◇몸을 아끼는 갈무리의 계절, 겨울= 동의보감에서는 “겨울철 석 달을 폐장(閉藏)이라고 하는데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며 양(陽)이 움직이지 못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 마음을 숨기는 듯, 딴 생각이 있는 듯, 무엇인가 있는 듯이 한다. 추운 곳보다는 따뜻한 곳에 가고 피부에서 기가 자주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한다. 이것이 겨울 기운에 호응하는 것이니 양장(養藏)의 방법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신(腎)을 상하고 봄에 다리가 약해져 살리는 힘이 적어진다”고 했다. 즉 겨울에 잘 갈무리해 놓은 에너지가 있어야 이듬해 봄에 힘이 생기는데 겨울에 양생이 제대로 안 되면 봄에 생명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잠도 많이 자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체력소모를 막아야 한다. 예전에는 겨울에는 멀리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 여행을 삼가기도 했다. 겨울은 갈무리의 계절로서 몸을 아끼고 생각을 아껴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겨울철 건강 지키는 실내생활관리= 겨울에는 난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실내가 건조해져 아이들 콧속 점막도 건조해지기 쉽다. 빨래를 실내에 널어놓으면 콧속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철 과일 등을 통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특히 겨울철 추운 기운으로 인해 코와 기관지 등의 호흡기가 약해지기 쉽다. 배와 도라지를 달인 물이나 오미자차를 수시로 먹으면 좋다. 소화기가 약하면서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이라면 생강꿀차가 좋다.

아토피가 있거나 건조한 피부를 가진 아이들은 특히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반드시 하루에 여러 번 보습제를 바르도록 한다. 실내온도는 20~22도 정도로 하는 것이 좋고 잠자리에 일찍 들고 약간 늦게 일어나도록 하자.

사람들이 많은 곳을 다녀왔다면 외출 후에 꼭 손발을 잘 씻고 양치질을 시켜주자. 찬 바람이 불면 목도리나 스카프를 둘러줘 뒷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감기예방에 좋은 방법이다. 추운 겨울에는 폐수, 중완 등의 혈자리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겨울뜸’을 받으면 소화기와 호흡기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