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항암치료 유전자 규명, 불필요한 항암치료 없앤다

입력 2011-11-01 14:24

고대구로병원 오상철 교수, 수술 후 유전자에 따라 항암치료 필요여부 결정할 수 있어

[쿠키 건강] 국내 연구진이 대장암 치료시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줄여 맞춤치료법을 제시하는 연구 성과를 제시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사진)와 MD엔더슨 암센터 이주석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유전자를 생물학적으로 분석해 암의 재발가능성, 항암제 감수성 여부, 장기 생존 여부를 예측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을 유전자 타입별로 분류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없애는 맞춤치료법의 토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26세에서 92세의 남녀 177명(남성 96명, 여성 81명)의 대장암 환자 유전자 데이터(美 모피트 암센터 코호트)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암 세포의 성장과 확산, 종양형태 등 예후를 결정짓는 114개의 유전자를 선별해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두 개의 타입으로 나눠 특성을 분석했다.

기존 병기 구분법에 의한 대장암 5년 생존률은 대략 1기 90%, 2기 80%, 3기 70%, 4기 15%이나, 유전자 분석 결과 병기에 관계없이 5년 이상 생존률이 A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80%, B타입의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60%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같은 병기의 환자도 유전자에 따라 지속성, 재발가능성 등 예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는 환자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예후를 예측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면, 재발 또는 암 세포의 진행을 예방하는 맞춤 치료를 실시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기별 일괄 적용 치료방식 탈피, 불필요한 항암치료 없앤다

기존의 대장암 치료는 CT나 MRI 검사로 암의 모양이나 크기 등 형태학적 특성만을 바탕으로 병기를 1기에서 4기로 구분해 재발 가능성이나 항암제 효과와 관계없이 병기별로 일괄적인 치료가 시행됐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가 이뤄지는 3기 대장암의 경우 A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했을 때나 하지 않았을 때나 3년 무병 생존률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B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은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3년 무병 생존률이 41.9%, 항암치료를 했을 경우에는 71.2%로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따라서 연구팀은 같은 대장암 3기라도 A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은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고, B타입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은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팀은 대부분 항암치료 없이 수술만 이뤄지는 대장암 1, 2기 환자라도 B타입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적극적인 보조적 항암화학치료와 함께 면밀한 추적관찰을 통해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생존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상철 교수는 “암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대장암 환자(발병률 세계 4위) 치료뿐만 아니라, 향후 위암, 식도암 등 소화기암 맞춤치료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철 교수팀의 이번 연구 ‘대장암의 분자생물학적 2개 아형과 연관된 예후관련 유전자 발현 형에 관한 연구(Prognostic gene expression signature associated with two molecularly distinct subtypes of colorectal cancer)’ 주제로 소화기 질환 분야 최고 권위지인 ‘GUT’ 10월호에 게재됐다. 현재 이 연구성과에 대해 오상철 교수팀은 미국에서 특허를 출원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