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증’ 다그치지 말고, 충분히 배려해야

입력 2011-10-22 09:40
22일 세계 말더듬의 날, 전 세계 말더듬 환자는 약 6천만 명

[쿠키 건강]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이 국왕 조지6세(콜린 퍼스 분)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왕이 된다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매년 10월 22일은 조지 6세가 앓았던 병 ‘말더듬증’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말더듬 환자들의 어려움을 함께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세계 말더듬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말더듬 환자는 6000만 명, 전체 인구의 1%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1대 6정도로 남성에게서 더 흔한 질환이다.

말더듬 증은 단순한 언어 습관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하지만,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일 때가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말더듬증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말더듬이란 말을 할 때 시기와 리듬이 부적절한 패턴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유창성 장애의 하나다.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뇌과학 분야가 발달하면서 언어 중추 조절이상 때문에 생긴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음성치료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말더듬의 원인으로는 흔히 심리적인 요인을 주로 꼽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뇌신경질환이나 연축성발성질환, 근긴장성발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말더듬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따라서 “확실한 치료를 위해서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고 말더듬 환자들의 주변인들은 환자가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말더듬, 성인 말더듬 환자도 상당수 존재

말더듬이 생기는 연령대는 보통 어린 나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세 정도에 주로 나타나고 6세 이후에는 드물게 보인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말을 더듬는 또래의 영향을 받아 생기기도 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말더듬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상당수 존재한다.

말더듬은 주로 첫 말을 반복하거나 말이 막혀서 다음 말로 진행이 안 되는 증상, 한 음을 길게 끌어서 다음 음으로 연결을 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말 할 때 단어를 생각하느라 말하는 것이 더 막히게 된다. 특히 특정 단어나 특정 상황이 되면 점점 더 말 막힘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말더듬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말더듬 자체 보다는 이차적인 심리적 위축이다. 말 막힘 현상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하게 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자리를 피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도 사회 생활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더듬는 환자를 대할 때에는 당사자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이 유창하지 않더라도 말을 끊고 잘못된 점을 바로 지적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듣는 것이 좋다. 또 가벼운 농담이나 위트 있는 말에 호응해주면서 말더듬 당사자가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경우 흥분해 있거나 서둘러 이야기를 하면 조용하고 편하게, 천천히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도 좋다.

◇하품 하듯 말하기, 첫 음을 길게 빼는 방법 등 훈련으로 치료

말더듬의 치료법의 가장 기본은 첫말을 길게 하면서, 가급적 천천히 말하려는 노력이다. 전문병원에서는 언어 치료 등을 통해 말더듬을 증상을 개선시킨다. 이를테면 첫 음을 1~2초 정도 길게 발음하는 연습이나 천천히 책을 읽는 등의 훈련을 한다.

이런 발성이 어렵고 막힘이 심한 경우 증상과 상태에 따라 보톡스주사나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약물복용을 동시에 시행해 증상을 경감시키기도 한다.

이런 훈련들은 얼핏 쉽게 들려도 꾸준히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고 호흡조절이나 성대와 혀의 운동 등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에는 전문의료인으로부터 배워서 습득하여야 하다.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상태에서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할 때에는 복식호흡을 하며 편하게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읽는 등의 습관이 도움이 된다”며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재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환자 본인의 꾸준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