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칼럼] 밤잠 못 자는 우리 아이 어떻게?②
글·조백건 평촌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저에게는 얼마 전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만난 기쁨도 잠시, 오전에는 그렇게 잘 놀고 잠도 잘 잔다는 아이가 저녁에는 왜 이렇게 때를 쓰고 울고 안아달라고 하는지요. 저와 마찬가지로 진료실에서도 아이가 잠을 못 자 고민이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잠을 못 잔다며 2개월 된 아이를 업고 오신 어머니도 있으시고 다들 그런 거겠지 싶어 8~10개월 정도 참다가 지쳐서 오신 어머님도 계신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밤만 되면 울고 보채며 잠을 못 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왜 아이들은 왜 밤만 되면 울면서 잠을 못 자는 걸까요?
◇잠들자마자 깬다면, ‘심열이 문제’= 한의학에서는 밤에 울며 잠을 못자는 아이를 체질과 상황으로 바라봅니다. 몸에 열이 많은 아이는 ‘상반야제’라고 해서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깨게 되는데 주로 아이가 처음 잠드는 저녁 10~11시대쯤 울면서 잠을 못 자는 경우입니다. 얼마 전에는 진료실로 10개월 된 아이가 왔는데 이 아이 역시 상반야제 증상을 보였습니다. 매일 서너 번씩 집이 떠날 것 같이 큰소리로 우는데 달래려고 안아줘도 몸을 뻗치면서 우는 아이였죠. 낮에는 순하고 낮잠도 잘 자는 아이인데 저녁만 되면 잠에서 깨어 울면서 어떻게 하든지 진정이 잘 되지 않는 아이로 상반야제에 해당했습니다.
문헌에 의하면 상반야제 증상의 아이들은 ‘활’처럼 휘면서 운다고도 하는 데요. 땀을 많이 흘린다거나 소변색이 진한 편으로 ‘심열(心熱)’이 많은 것을 원인으로 봅니다. 심열이 많은 것은 한약으로 다스려 내려줘야 하는데 ‘도적강기로’를 처방하고 차도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잠에서 깨는 횟수가 줄고 깨더라도 쉽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고 이후에는 하루에 가볍게 한 번 깨는 정도가 됐답니다.
◇한밤중에 깬다면, ‘소화기가 문제’= 한편 소화기가 약해 한밤중이나 새벽에 자주 우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하반야제’라고 하는데 평소에 손발이 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상반야제와는 달리 몸을 굽히고 울며 젖을 잘 물지 않는다던지 목소리도 작은 편입니다. 이런 증상으로 찾아왔던 16개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요. 잠에서 깨 낑낑대며 구슬프게 우는 아이였는데 몸무게도 워낙 덜 나갔고 뱃골도 작고 잘 먹지 않아서 억지로 한 시간 넘게 밥을 먹였다고 합니다. 밤중 수유까지 하고 있는 중이어서 우선 힘들지만 밤중수유를 끊도록 말씀드렸고 한약으로 처방했습니다. 아이는 한약을 먹고 눈에 띄게 밥 양도 늘었고 무엇보다 수면이 편안해졌다고 하는 군요. 어머니 역시 밤에 깨실 일이 없어 만족해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반야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비위, 즉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입니다. 항상 배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좋고 식체가 생기기 쉬우니 밤중 수유는 끊고 억지로 먹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방은 기본적으로 ‘익황산(益黃散)’이라고 해서 소화기를 도와주는 처방, 속을 편안하게 하고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평위산’ 등을 처방합니다.
◇야외 활동이 밤 수면에 영향 줄 수도= 이밖에 낯선 사람이나 장소 때문에 놀라 밤에 쉽게 진정되지 않아 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 용어로는 ‘객오(客梧)’라고 하는데 낮에도 잘 놀랄 뿐 아니라 자면서도 깜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입니다.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아기띠를 맬 때 아이 시야가 앞으로 향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경우 모든 아이가 야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잘 놀라면서 밤에 우는 야제증이 동반될 경우 한의학적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야제증은 밤에 깨는 아이들도 힘들고 부모님들도 뜬 눈으로 밤을 보낼 만큼 힘듭니다. 아이의 증상을 잘 살핀 후 한의원에서 상담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밤은 아름다워지고 삶의 질도 훨씬 올라갈 겁니다.
(진료실 칼럼 ‘야제’편을 마칩니다. 다음 회부터는 ‘잘 먹지 않는 아이-식욕부진’으로 칼럼이 연재됩니다.)
“밤에 깨서 우는 아이, 시간 따라 이유 달라요”
입력 2011-10-19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