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도토리 밤 줍는 재미에 허리는 골병든다

입력 2011-10-18 07:59
[쿠키 건강] 선선한 바람을 벗 삼아 눈이 즐거운 단풍구경까지, 요즘이야말로 산에 오르기 좋은 최적의 시기다. 게다가 가을 산이 즐거운 이유는 또 있다. 봄 산은 나물 캐는 즐거움이 있다면 가을 산은 밤, 도토리 줍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싱싱한 야생 밤과 도토리를 맛볼 생각에 장시간 허리를 구부리고 있거나, 혹은 쪼그리고 앉아있기를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허리 건강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평소 척추질환이나 잦은 요통을 갖고 있었다면 증상이나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허리디스크나 협착증 자체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 도토리 밤 줍는 재미에 빠져 척추에 찾아올 수 있는 적신호를 놓치고 있진 않은지 집중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가을산행의 재미, 도토리 밤 줍기로 허리건강 적신호= 이렇듯 열매가 익어가는 가을이 찾아오면 김영자(56)씨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운동 삼아 일주일에 한차례 산에 오르곤 했지만 요즘처럼 밤과 도토리가 익어가는 시기에는 거의 매일 산에 오른다. 재미에 빠져 일주일이 넘도록 바쁘게 산을 오르내리던 김씨는 최근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오른쪽 다리가 너무 아파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오른 다리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로 통증을 조절해 오던 터였다. 하지만 10월초 도토리, 밤 줍기로 무리를 한 후 오른쪽 다리 통증이 극심해져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허벅지 근육과 무릎아래 종아리까지 타고 흐르는 통증은 너무 극심해 걸을 때나 섰을 때는 물론이고 누워서도 다리를 필 수 없고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룰 수도 없다. 그저 재미로 시작한 열매줍기로 김씨는 현재 혹독한 가을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토리 밤 줍기 자세 허리에 통증 유발 가능성=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밤 줍기를 하려면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인데 서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100이라고 하면 앉아있을 때는 대략 140정도 압력이 허리에 가해져 무리를 줄 수 있다. 바닥에 앉아 등을 구부린다면 훨씬 더 많은 압력이 고스란히 허리에 전해지게 된다.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이라면 허리를 둘러싼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장시간 쪼그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요추염좌와 같은 허리부상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주워 모은 도토리와 밤의 무게가 꽤 된다면 이것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적지 않은 수의 환자가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반대로 높은 곳에서 물건을 내리다 허리를 다친 경우다. 대개는 근육이 뭉치는 염좌 증상이지만 간혹 디스크의 퇴행현상이 있는 경우에는 허리를 삐끗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도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자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건강 지키며 가을을 즐기는 노하우= 허리를 다칠 위험이 가장 큰 자세는 선채로 허리만 구부려 바닥의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전히 허리의 힘만으로 물건을 들어올리기 때문에 허리에 과도한 무게중심이 쏠리게 된다. 게다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가 펴는 동작으로 디스크와 인대, 후관절에도 무리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바닥에서 밤이나 도토리를 들어 올릴 때에는 반드시 무릎을 함께 굽혔다가 무릎의 힘으로 들어 올려야 한다. 또한 장시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열매를 줍는 경우라면 자주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해주며 허리와 무릎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쓰지 않던 허리근육은 물론 무릎관절을 무리하게 씀으로 인해 나타나는 ‘급성통증’이라면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관절이 붓고 피로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남아있거나,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면 반드시 척추전문병원을 방문해 통증의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