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 중인 ‘간’ 정기검사로 돌봐줘야”

입력 2011-10-15 07:49

[쿠키 건강] 전체의 80% 이상 손상돼도 나머지 20%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장기가 ‘간’이다. 어지간한 손상에는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주로 우리 몸의 화학 공장 역할을 하며 대사조절, 혈액조절, 쓸개즙 생성 등을 담당한다. 과묵한 성격 탓에 좀처럼 아픈 내색을 하지 않지만 한번 상처를 받으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간 기능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다. 인체의 여러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면 열이 나거나, 표면상으로 부어오르거나 통증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은 쉽게 회복되지만 간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언제 염증이 생겼는지도 모른 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자각증상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이미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정훈 과장(내과)과 함께 간 기능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인 바이러스성 간염의 증상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세포 조직의 염증을 의미한다.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입하면 간에 지하당을 만들고 번식한 후 간세포를 파괴시키고 궁극에는 간 기능 손상을 초래한다. 모든 간염바이러스가 만성 간질환을 일으키지는 않고 B, C, D형만 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 이중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한국 성인의 7%정도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C형은 1%정도가 보유자인데 D형은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찾기 어렵다. 정훈 과장은 “간 기능은 손상돼도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없어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간은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반 이상 저하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많은 손상이 가해진 상태이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장기이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평소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간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적극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C형 간염, 문신·피어싱 등 비위생 시술 때문= 전 국민의 7%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에 의한 비경구적 방법을 통해 전파된다. 모태감염이 가장 많은 경우로 B형 간염 보균자인 엄마와 신생아 사이에 수직감염이 가장 많다. 성관계를 통한 전염과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돼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초기증상은 식욕감소, 구역질, 구토, 피로, 두통, 발열 등이 있고 그 밖에 가려움, 체중감소, 복통, 수면장애, 성욕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B형 바이러스 음성인 사람은 B형 바이러스 면역 여부에 따라 예방주사(B형 간염 백신)를 3회에 걸쳐 접종하면 90%정도 예방할 수 있다. 산모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일 경우 출산 후 12~24시간 안에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와 함께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C형 간염도 B형 간염처럼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C형간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증상이다.

신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만성간염 및 간경화로 진행되는데 간경화는 간암의 원인이 된다. 과거에는 수혈로 인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혈이나 혈액투석 등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수혈로 인한 감염률은 매우 드물다. C형 간염의 발생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02년에 약 2000명에 그친 신규환자가 2010년에는 5600여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비위생적인 기구를 사용한 문신, 침, 부황, 피어싱을 하거나 환자의 면도기, 칫솔 등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혹은 혈액에 노출되는 경우를 통해 전염된다.

또한 동성연애자, 마약중독자, 혈액투석 환자, 환자의 혈액을 취급하는 채혈실 혹은 검사실의 의료인 등도 감염의 가능성이 높다. 드물게는 소독되지 않은 침과 내시경 도구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가 계속 모양을 바꾸기 때문에 별도의 예방백신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위험요소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비위생적인 기구를 통한 문신, 피어싱 등은 삼가야 한다.

◇A형 간염, 오염된 음식물 통해 감염= 개그맨 박명수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A형 간염은 B, C형과 다르게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 A형 간염은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바이러스가 간을 침범해 발생하는 감염증이다. 직접 접촉이나 환자의 침, 대변 등을 통해 쉽게 전파돼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50만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평균 4주(15~50일) 가량의 잠복기를 거친 후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감기몸살처럼 열이 나거나 식욕부진, 오심(구역질이 나면서도 토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현상), 구토, 소화불량, 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발열,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며 황달이 생겨 눈이 노래지고 소변 색깔이 진해질 수 있다.

A형 간염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만 1~16세에 예방접종을 해야 하며 접종 후 6~12개월 후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수칙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A형 간염 환자와 식사할 때는 개별식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회, 조개 등 날 것을 피하고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술잔을 돌려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간 건강을 위한 일상생활 수칙]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양약뿐 아니라 각종 건강 보조식품과 생약 등도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음주는 간질환 유발자. 간에 유익한 술은 없는 만큼 가급적 절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음주 후 불필요한 약제 복용은 간 손상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무리한 다이어트, 간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1㎏ 이상 급격한 체중감소는 영양 부족을 일으키거나 전해질의 불균형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지방간을 부른다. 비만해지지 않도록 표준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과 섬유소가 많은 채소, 과일, 곡물을 섭취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저염식을 생활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