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없는 뇌동맥류 치료, 신중해 접근해야

입력 2011-10-13 16:19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 수 5년 새 3.6배 증가

[쿠키 건강] 뇌 속 시한폭탄인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사망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뇌동맥류 치료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13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에 따르면 최근 체계적 문헌고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청구자료에 대한 성과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비파열 뇌동맥류의 예방적 치료에 대한 성과연구’ 보고서로 발간됐으며, 비파열 뇌동맥류의 국내 현황 및 예방적 치료에 따른 성과 분석 내용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혈관벽이 약해져 혈액이 모이면서 약한 혈관 부분이 꽈리모양으로 커지는 질환이다. 꽈리모양으로 늘어난 혈관이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해 절반 정도는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과거에는 평소 모르고 지내다가 뇌출혈이 발생한 뒤에야 진단되던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에서 뇌의 MRI 촬영이 널리 시행되면서, 파열되기 전 상태의 뇌동맥류(비파열 뇌동맥류)가 진단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뇌동맥류 치료는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어, 증상이 없는 비파열 뇌동맥류에 대해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관찰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때 치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도 현실이다.

비파열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은 개두(開頭)술인 결찰술과 혈관내시술인 색전술이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심평원 청구자료를 살핀 결과,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지주막하출혈을 동반하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에 대한 청구환자수는 8586명에서 3만979명으로 3.6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치료를 받은 환자수도 결찰술 3.0배, 색전술 3.4배가 늘었다.

국내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새로 진단된, 지주막하출혈을 동반하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 중 80.5%(5963명)가 치료를 받지 않았다.

2006년 이후에는 결찰술보다 색전술이 더 많이 시행됐다. 치료방법에 따라 결찰술과 색전술의 사망률의 차이는 없었으나, 결찰술을 받은 환자에서 입원기간이 길고, 색전술을 받은 환자의 입원비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고서는 연간 치료건수가 많은 병원일수록 치료 후 지주막하출혈 및 사망자 발생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서는 매년 평균 1.0%의 동맥류 파열이 관찰됐고,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치료와 관련해 평균 5.0%의 일시적 합병증과 평균 2.9%의 영구적 합병증이 발생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실제 진료에서는 치료 없이 관찰했을 때 예상되는 파열 위험성과 치료시 예상되는 합병증 위험성을 비파열 뇌동맥류의 위치, 크기, 모양 및 환자의 특성에 따라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주 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분석실장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정된 자료 내에서 환자들의 치료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근거평가 연구결과를 제공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비파열 뇌동맥류의 임상적 특성을 반영할 수 없었던 제한점이 있어, 앞으로 국내 임상자료의 축적 및 추가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