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위생 상태의 향상과 도시화된 생활이 알레르기 유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역학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소연 교수는 ‘한국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위생가설과 시골 생활 형태’ 연구를 통해 흔히 ‘알레르기 3총사’로 여겨지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모두 시골에서보다 도시에서, 소도시보다는 대도시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일 개최된 ‘제2회 한림-오울루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소연 교수는 ‘위생가설’ 측면에서 알레르기질환 원인 규명을 대도시(서울)와 소도시(정읍시), 시골(정읍) 세 곳의 9~12세 어린이 1749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질환 유발 요인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했다.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은 너무 깨끗해서 알레르기질환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동안 더러운 주거환경이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무조건 깨끗하게 아이를 키우려던 엄마들의 노력과 반대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아기는 태내에서부터 생후 첫 수년간 여러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면역을 키워야 하는데, 최근에는 너무 깨끗하게 키워 이에 노출될 기회가 없어 오히려 면역체계의 불균형으로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알레르기질환 증상 설문지와 환경요인 관련 설문지, 피부반응검사 등을 통해 알레르기질환 유병률과 원인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운동유발 천식의 유병률은 시골에서 8.2%, 소도시가 12.7%, 대도시 13.2% 순이었다. 또 알레르기비염 진단률도 시골 13.2%, 소도시 19.4%, 대도시 35.2%였고, 아토피피부염 진단율은 시골 18.3%, 소도시 23.2%, 대도시 28.0%의 순이었다.
이소연 교수는 “서구에서 농장 아이들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이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서구와 다른 우리나라 시골환경에서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관계가 이번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규명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는 태어나 자라면서 농장동물이나 동물배출물 등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 면역력이 잘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질환 발병에 영향 미치는 생활환경은?
이번 역학조사 결과 국내 환경에서도 미생물 등과 같은 시골환경에 대한 노출이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중요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미생물에 대한 노출도 뿐 아니라 생활형태 차이에 따른 알레르기질환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알레르기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다른 인자들과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분석결과 ▲부모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경우(odd ratio : 0.642) ▲임신 중 산모가 농장 동물들과 접촉을 하는 경우(0.217) ▲축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0.565)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0.567) ▲모유수유를 한 경우(0.685) ▲나이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0.491) 알레르기질환 발생이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반면, ▲영유아기 시기의 항생제 사용(1.535)은 알레르기질환 발생 증가와 관련성을 보였다.(odd ratio ‘1 이하’면 관계없음/ ‘1 이상’이면 관계 있음)
이에 대해 연구팀은 나이 많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는 큰 아이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전파되는 감염이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흔히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첫 아이 때는 돌 이전에는 아픈 줄 몰랐는데 둘째는 감기를 자주 앓는다’고 하는데, 이는 알레르기질환 측면에서 본다면 면역체계에 대해 적절한 자극이 큰 아이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소연 교수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것이 알레르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미 알레르기질환이 발생한 아이들이 시골로 이주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며 “시골환경에 대한 자극 외에도 형제자매가 많은 환경, 모유수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감소 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면 알레르기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아이가 있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 환경적인 요인과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깨끗한 환경이 알레르기 유발 원인?
입력 2011-10-12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