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항체 없는 20~30대 94.8%, 타 연령대보다 감염 위험 높아
[쿠키 건강] 젋은 연령층에서 발생이 많은 A형 간염. A형 간염은 ‘깨끗해서 걸리는 질병’으로 항체가 없는 20~30대까지 발병률이 치솟고 있다. 실제 전체 A형 간염 환자 중 대부분이 이 연령대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20~30대 대학생 229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4.8%인 217명이 A형간염 항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30대의 젋은 연령대가 A형 간염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이 시기의 간염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 3~4개월 후 완치되는 급성간염으로 나타나게 되며, 초기 질병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과 같이 나들이가 많고 대인접촉이 잦은 계절에는 A형 간염에 대한 위험이 급증함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깨끗한 환경서 자라 A형간염 항체보유율 낮아
일명 ‘유행성 간염’이라고 불리는 A형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A형간염의 특징은 주로 급성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A형간염은 B형간염이나 C형간염과 같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먹는 먹을거리나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 위생상태가 불결할 때 감염되기 쉽다.
조개 등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었을 때, 인분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을 깨끗한 물에 제대로 씻지 않고 먹는 것도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A형간염 발생 중등도 위험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적다. 과거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40~50대 이상은 어렸을 때 자연 감염돼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9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가 점점 깨끗해지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간염 항체 보유율이 10% 이하로 낮아졌다. 이는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10대 후반에서 30대의 감염 위험성은 급증하는 추세다.
너무 깨끗하게 자라온 환경이 오히려 A형 간염의 위험을 키우는 것이다. 게다가 A형간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소아 필수 예방접종으로도 지정되지 않아, 현재 20~30대의 항체 보유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염성 높은 A형간염
A형간염은 감염된 후 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가 가장 전염이 잘 되는 시기이다. 이는 황달 발생 전에 더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기 때문인데, 자신이 간염에 걸렸는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높다.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은 B형 또는 C형처럼 만성 질환은 아니고 대부분 감기처럼 앓다가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형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증상은 더 심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 이는 A형간염 전체 평균 사망률 0.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A형간염의 증상으로는 더 심한 발열, 오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진다. 초기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없고 아주 심하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소변색이 짙어지면 간염을 의심해 봐야한다.
간염이 심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해 한 달 이상 입원 치료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간질환이 없는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A형 간염 초기 치료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위생 철저, 간부터 보호하자
A형 간염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날 음식이나 씻지 않은 과일, 오래된 어패류 등의 섭취를 삼가고 물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또 식사 전이나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임형준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간염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걸리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며 “과거에는 A형간염 환자와 긴밀히 접촉한 경우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야 했으나, 위험에 노출된 시기가 2주 이내라면 예방 백신을 맞는 것도 동등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A형간염 항체가 없는 환자의 가족 구성원은 미리 A형간염 백신을 예방접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혈우병 환자, 의료업 종사자, 만성 간질환 환자 등은 반드시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한다.
임형준 교수는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도움말=임형준 교수(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너무나 깨끗한 환경서 탈나는 ‘A형간염’
입력 2011-10-12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