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칼럼] 밤 잠 못자는 우리 아이 어떻게?①
글·장선영 왕십리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초보 엄마 아빠가 겪는 가장 힘든 고충 중 하나가 바로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잘 때가 아닐까요? 낮에는 별다른 이상 없이 잘 놀던 아기가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수시로 깨서 울면 엄마들은 걱정이 되다가도 아이와 함께 지치기 마련이어서 울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실제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중에 밤이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서너 시간을 맘 편히 눈 붙이지 못하고 자주 깨는 아이를 달래다가 아침을 맞다보면 엄마 눈은 빨갛고 얼굴까지 푸석푸석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방에서는 아이가 푹 자지 못하는 것을 예로부터 야제증, 즉 치료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야제증의 원인은 기가 잘 순환하지 못해 밤에는 안으로 숨어 있어야 할 기(氣)가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떠 있어서 생긴다고 보는데 비위(소화기)가 약하거나 찰 때, 심장에 열이 있을 때, 크게 놀랐을 때, 그리고 제가 이번에 말씀 드릴 ‘밤중 수유를 계속할 때’로 구분됩니다.
아이가 잠을 못 자 밤낮이 바뀌면 점점 밤에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아기는 먹이면 먹일수록 자주 깨기 마련입니다. 생후 4개월까지는 밤중 수유를 당당하게 받아먹다가 밤중 수유가 끊어지면 울기 시작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밤중 수유를 계속하면 ‘기체(氣滯)와 식체(食滯)’가 생깁니다. 이를 통틀어서 ‘체기(滯氣)’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정체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밤에 먹는 양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게 좋습니다. 9개월에 접어든 아이에게 밤중수유를 하면 당장은 아이가 잠들 수 있어도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의 유치가 까맣게 썩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아이를 키울 때 힘들었던 일이 바로 ‘야제증’이었습니다. 딸 예진이를 출산하고 한의원 진료를 쉬다가 예진이가 생후 8개월 될 즈음 다시 진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진료를 하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딸아이는 밤에도 4~5회씩 깨면서 젖을 달라고 울었고 저도 같이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남편은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드는 타입이어서 예진이는 오로지 제가 달래야 했습니다. 8개월이 지나면 밤중수유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너무 졸리고 피곤한데 아이가 울면 ‘내일부터 끊어야지’하면서 젖 물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예진이는 돌 무렵까지 밤중수유를 지속하게 됐습니다. 돌 무렵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오셔서 예진이를 데리고 주무시는 초강수를 뒀고 드디어 2주일 만에 기나긴 밤중수유를 끊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밤중수유를 끊은 후에는 새근새근 잘 자는 아이를 보면서 왜 진작 밤중수유를 끊지 않았는지 후회할 정도로 딸에게도 저에게도 행복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이 밖에도 아이가 푹 잠들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가 저녁 TV시청을 줄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초저녁에 따뜻하게 목욕시키고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끈 다음 방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집안을 조용하게 해서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와 밤 11시 드라마까지 함께 본 아이는 이미 TV화면에 흥분되고 각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 힘듭니다.
이상의 항목들을 모두 점검했는 데도 아이가 밤에 자주 깨고 많이 운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방적으로 아이가 밤에 자주 깨서 우는 경우는 우선 아이의 심장에 열이 있는 경우로 몸이 밤에도 낮으로 착각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야제증상들을 한방치료로 다스리게 되면 아이의 체질에 맞게 관리가 가능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수면의 질을 높이면서 야제 증상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몸에 열이 많고 손발이 뜨거우며 붉은색 소변을 보는 일이 많습니다. 이 경우 아이를 지나치게 덥게 재우면 이런 아이들은 땀을 많이 흘려 덥고 습한 기운에 자주 깰 수 있으므로 약간 서늘하게 재우는 편이 좋습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밤과 낮을 만들고 인간 역시 밤과 낮의 순환을 통해 창조와 생명이 넘치는 우주의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인간 역시 소우주(小宇宙)라고 본다면 우리에게도 자연의 법칙이 흐를 것입니다. 우리 몸은 내일의 아침을 위해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밤과 낮이 바뀐 아이에게 자연 본래의 법칙을 되돌려 주십시오.
“밤이 두려운 엄마들… 밤 중 수유 하지 마세요”
입력 2011-10-12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