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준홍 청주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찬(寒) 이슬(露)이 맺히는 계절이 돌아왔다. 바로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절기인 ‘한로(寒露)’를 말한다. 한로가 지나면 공기가 더 차가워져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면서 슬슬 겨울채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여름 텃새인 참새도 활동이 뜸해지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마지막 영양분을 비축해야 한다. 수확을 마치지 못한 농작물이 있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끝내야 하고 주부들은 김장 걱정을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이때는 급격한 일교차로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리기도 하지만 단풍이 곱고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기 전이라 야외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때다. 감기, 비염 걱정에 집 안에만 있기에는 아깝다는 뜻이다. 가을의 즐거움을 만끽하되 더 큰 추위가 닥치기 전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올 가을, 겨울을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은 없지만 들판이 황금물결로 변해가는 때라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오죽하면 ‘한로에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있을까. 한로 절식만 잘 활용해도 아이들의 건강을 높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추어탕’이 있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피부를 튼튼히 하고 세균의 저항력을 높여주며 호흡기 점막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감기 예방에 좋다. ‘본초강목’에도 미꾸라지가 양기를 돋는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장을 보하고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한로에 국화를 따서 국화전이나 국화차를 끓여 먹기도 한다. 공해가 없는 곳의 야생 국화를 따서 살짝 데친 후 그늘에서 말려 차로 마시거나 향낭에 넣어 향을 맡아도 좋다. 요즘은 시중에도 국화차를 파는 곳이 많으니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화는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해줘 소화가 잘 되게 돕는다. 비타민이 풍부해 호흡기 질환도 막아준다.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에 평소 열이 많고 쉽게 흥분하거나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먹이면 진정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토란탕도 이즈음 즐겨 먹는 음식이다. 토란은 동그란 모양의 뿌리채소로 소화를 돕고 변비를 치료, 예방해 준다. 위와 장의 열을 내려주는 역할도 해 속열이 많아 아토피, 비염 등을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도 좋다. 조선 시대 조정준이 쓴 소아전문 한의서인 ‘급유방’에서는 “토란이 성질이 맵고 평하며 날 것은 약간 독이 있으나 끓이면 없어진다”고 했다. 따라서 반드시 익혀먹는 것이 좋다.
한로 때 조상들은 깊은 산에 찾아가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를 가지 통째로 꺾어 집 벽에 걸기도 했다. 이는 수유열매의 붉은 빛이 사악한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말린 산수유를 차로 만들어 마셔도 괜찮다. 산수유는 약간 따뜻한 성질에 간과 신장을 보하고 몸을 단단히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기가 부족하거나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에게 효과가 있다. 잘 익은 산수유 열매를 따서 잘 씻은 후 햇볕에 일주일 정도 말려 씨를 제거한 다음 다시 햇볕에 말리면 산수유차를 즐길 수 있으니 가을 나들이를 산수유가 있는 산으로 가보는 것도 권장할 일이다.
한로(寒露), 절기 음식으로 가을 건강 채비할 때
입력 2011-10-10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