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깊은 곳에 증상도 없이 꼭꼭 숨어있는 ‘췌장암’

입력 2011-10-07 08:25
조기 진단 힘들어 환자 절반이 복통 증상으로 내원

[쿠키 건강] 췌장암은 여러 암 가운데서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악성종양이다. 발생률과 유병률 9위 그러나 사망률은 5위인 췌장암. 더하여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들고 입원 기간도 가장 길다. 수술 평균 1159만원, 32.9일의 입원 기간, 환자와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숫자들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센터 주광로 교수는 최근 2007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진단한 85명의 췌장암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증상에서 수술 후 예후까지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먼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증상은 복통으로 전체 49.4%에 해당했다. 다음으로 황달(23.5%)과 소화불량(15.3%)이 그 뒤를 이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암 발생 부위는 전체의 61.2%가 췌장의 머리 부분에 분포해 있었고 몸통과 꼬리에 발생한 경우는 각각 18.8%와 31.8%였다. 종양의 크기는 2~5cm가 전체의 51.8%를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이부분이다. 전체 발생의 61.2%인 머리 부분의 암은 발견 당시 전이가 돼 있는 경우가 52명 중 14명으로 약 27%에 해당했다. 그러나 몸통과 꼬리 부분은 이야기가 다르다. 몸통부분인 체부는 75%(16명 중 12명), 꼬리 부분인 미부의 암은 발견 당시 약 89%(27명 중 24명)가 이미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주광로 교수는 “췌장은 구조 및 위치적 특성으로 몸통 부분과 꼬리 부분에 암이 발생한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 증상을 나타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병원을 늦게 방문하거나 별 대수롭지 않은 위장관 증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췌장 머리에 발생한 췌장암의 경우는 종양이 작아도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검사를 위해 비교적 일찍 병원을 방문한다. 황달 때문에 내원해서 췌장암 검사를 받은 20명의 환자 중 65%인 13명이 수술이 가능한 환자였다”며 분석 자료에 대해 설명했다.

췌장암 수술은 혈관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안된 상태라야 바로 수술 가능하다. 그러나 주광로 교수의 자료를 보면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20% 수준에 그쳤다.

2009년에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에 우리나라에서 연 평균 16만1920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그 중 췌장암은 남녀를 합쳐서 연 평균 3937건 발생해 전체 암 발생의 2.4%로 9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은 8.0건이다. 남녀의 성비는 1.72:1로 남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성별 발생 건수로 보면 남자에서는 연 평균 2197건 발생해 남성의 암 중에서 8위를 차지했고, 여자는 연 평균 1740건으로 여성의 암 중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남녀를 합쳐서 보면 70대가 30.6%로 가장 많다. 인구노령화와 발맞추어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60대가 29.4%, 50대가 17.4%의 순이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8%, 모든 암 중 가장 낮은 생존율을 나타내고 있다.

◇조기발견이 어려워= 췌장암이 조기 발견되지 않은 것은 첫 번째 췌장암의 자각증상이 다른 소화기계 증상들과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복통과 식욕부진, 체중감소인데 이런 증상의 경우, 바로 췌장암을 의심하기 보다는 위염, 위궤양, 만성피로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악성 종양의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위암과 대장암 등을 우선적으로 의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도 바로 췌장암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암 덩어리가 커져 담도를 막게 될 경우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황달인데, 일반 사람들의 경우 심한 황달이 아니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뿐더러 황달이 발생되는 다른 질환, 즉 간염, 간경변 등과 같은 간질환과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대개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할 경우 다른 소화기계의 검사를 한 후에야 췌장암이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몸에서 췌장의 위치는 다른 장기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단순한 검사로는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소화기계 검사라고 하면 대부분 복부초음파 검사를 떠올린다. 췌장은 복부초음파만으로 완벽하게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장에 가스가 차있거나 복부비만이 심각한 환자들의 경우는 더욱더 복부초음파로 췌장을 검사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췌장암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표준화된 종양표지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종양표지자는 혈액이나 체액에서 나오는 특정 물질의 증감을 파악해서 암의 존재 여부와 치료 및 예후까지를 참고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물론 췌장암에도 CA19-9라고 하는 종양표지자가 있어 치료와 치료 후 예후를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CA19-9만으로 초기 진단 시에 췌장암이다 아니다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검사가 시행되나? 췌장암 검사를 위해서는 복부초음파와 전산화단층촬영 그리고 MRI 및 내시경초음파 등의 방법들이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복부초음파는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진단의 정확도가 결정되며 비만이 심하거나 장내가스가 많을 경우 진단적 제한이 있다. 더욱이 췌장은 위 뒤에 깊이 있어 초음파로 전체 췌장을 관찰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복부 초음파가 정상이라고 췌장에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췌장암의 환자에서 복부초음파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전산화단층촬영(CT)은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매우 중요한 검사이다. 췌장암의 진단 뿐 아니라 종양 세포가 혈관을 침범했는지 혹은 타 장기로 전이를 했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간혹 CT로도 진단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다른 추가적인 검사 즉, MRI나 내시경초음파 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전신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PET/CT는 췌장암이 전신 다른 곳을 전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췌장암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내시경초음파는 췌장 전체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따라서 방사선 검사에서 췌장암이 의심은 되나 분명치 않을 때 주로 사용하고 조직검사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 내시경적역행적담췌관조영술(ERCP)이 있다. 내시경초음파가 개발된 후 췌장암에 대한 ERCP의 진단적 역할은 다소 감소했지만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췌관을 직접 조영하고 췌액을 채취하거나 생검 혹은 세포진 검사 등을 위해 시행된다. 그러나 ERCP의 가장 큰 목적은 췌장암으로 인해 담관이 막혀 발생한 황달의 치료이다. 황달의 치료는 췌장암의 수술적치료 또는 항암치료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술이다.

◇췌장암의 특징은? 췌장암의 가장 큰 특징은 진행과 전이가 빠르다는 점이다.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암이 불과 2~3개월 만에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췌장 주변에는 대동맥, 정맥, 간문맥과 같은 주요 혈관이 모여 있어 혈관을 타고 간이나 뼈 등으로 원격 전이가 잘 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췌장암은 65세 이상 고령의 노인들 사이에서 많이 발병한다. 췌장암인 것을 알게 되더라도 살 만큼 살았다며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고 수술이나 항암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시작조차 안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등이 없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경우에는 70~80세 이상 고령자라도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즉 의학적으로는 나이도 중요하지만 고혈압, 혈관질환,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 등 여러 가지 지표를 함께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췌장암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확실히 구별되는 증세가 없다. 복통 및 식욕부진 등 의심되는 증세가 있지만 췌장암만이 증상이라고 보기 힘들며, 이 또한 심한 경우에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면 일반적으로 황달이 오고,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생기면 복통이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치료는? 암이 췌장 머리 부분에 발생했을 때는 췌장 머리, 십이지장, 위, 담당과 담도 일부분을 절제하는 휘플씨 수술(Whipple’s operation)을 시행하고 암이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췌장 부분절제술을 시행한다. 종양의 위치에 따라 췌장 전체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 췌장의 역할을 대신할 소화효소제와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다.

암 말기에 시행하는 수술은 종양의 절제보다 종양에 의해 발생된 장 막힘이나 담관 폐색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하나 이 또한 환자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주로 내시경을 통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한다. 수술이 가능하지 않을 때 주로 시행하는 항암치료 및 병합 방사선치료 요법은대상 환자도 많고 치료 효과도 과거에 비해 향상되어 최근 췌장암의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 항암치료가 원칙이다. 환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는 전이가 없더라도 수술보다는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약 30% 정도의 환자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그만큼 고령 환자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방사선 치료는 일부 환자에서 도움이 되는 역시 중요한 치료로 항암치료와 함께 시행한다. 계속 이어지는 항암치료와 병행되는 방사선치료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에서만 시행한다.

즉 체력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 등 환자의 신체 여건을 포함한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약물의 종류도 환자의 신체 상황에 따라 단일 약을 사용하거나 병합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 사용하는 항암제는 과거의 것과 달리 부작용이 매우 적어 외래 통원치료로 충분히 가능하다.

◇췌장암 예방, 금연과 운동, 정기검진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췌장암 유발원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에 있는 니코틴, 타르 등 수 백가지의 발암물질이 폐 속에서 혈액과 섞여 온 몸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건강한 식생활 습관으로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 및 신체 조건에 맞는 적절한 운동과 절주도 췌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완치의 길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정기검진이다. 췌장암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들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함께 늘어나는 것이 암이다.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치료에도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주광로 교수는 “본원 소화기내과를 찾는 췌장암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령환자이다. 그리고 자신이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환자 가족들이 연세가 많은 환자가 암선고를 받게 되면 이후 치료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안 하기 때문”이라며 고령화 사회와 함께 가는 췌장암의 경우, 공개적인 치료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 교수는 “생활에서 오는 복통 등의 소화기 계통 증상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다. 췌장암은 신경 써서 발견하지 않으면 꼭꼭 숨어있는 암이다.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에 있어서 만성적인 복통이나 소화불량, 식욕감소 등이 해결이 안 된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췌장을 확인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Tip. 췌장에 관련된 오해와 진실

-혈액검사로 종양표지자 CA19-9를 체크했다고 안심은 금물

-복부초음파만으로 췌장 전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내시경과 초음파 정상, 그런데 배가 계속 아픈 경우 췌장 검사를 하자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췌장검사는 필수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55세 이상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생긴 경우 췌장검사를 하자